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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NLL에 해상 시장을 운용해보면 어떨까

등록 2016-06-17 21:45수정 2016-06-17 22:36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역설의 공간 연평도
지난 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어름에 있던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한 뒤에도 6일 오후 여전히 중국 어선들은 엔엘엘 부근에 모여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어름에 있던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한 뒤에도 6일 오후 여전히 중국 어선들은 엔엘엘 부근에 모여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꽃게잡이가 본격화된 18년 전부터 우리나라 서북해역에는 중국 어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그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중국의 연안어업이 황폐화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해 떼로 몰려온 중국 어선 수는 연평도 부근에만 월평균 4900척에 이르렀고, 특히 성어기인 5월에는 1만여척에 육박했다. 우리 어민들이 사용하는 닻자망, 안강망, 유자망, 통발과 달리 중국 어선은 저인망으로 바닥까지 긁어 치어까지 싹쓸이했다. 한 번 중국 어선이 지나가면 인근 수역을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 투기와 폐유 방류로 인한 오염의 흔적도 남겼다. 꽃게 산란으로 우리 어선의 금어기가 시작되는 6월 말이 지나도 중국 어선은 여전히 조업을 지속하여 이 일대는 마치 중국 바다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우리는 이 상황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지난 5일 더 이상 참지 못한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 어선 두 척을 나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주민에 의한 어선 나포 사건이다.

연평도에 꽃게가 사라졌다

꽃게잡이 어선은 닻자망 기준으로 한 척당 성어기에 4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려야만 연료비, 그물 구매, 인건비, 어선 감가상각비와 같은 비용의 충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평도 어촌계가 6월12일 기준으로 잠정 결산을 해본 결과 어획량은 전년 대비 33%, 어획고는 40% 수준으로 어선 한 척당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선주의 60%가량이 빚더미에 올라 신용불량이나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박태원(56) 연평도 어촌계장의 주장이다. 단순히 어획량 감소라는 문제를 넘어 연평어장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생존의 불안이 평생 바다에서 먹고산 어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 연평도 식당에는 밥상을 풍성하게 하던 꽃게가 사라졌다. 해무가 짙게 깔린 6월11일. 연평도 서북단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쪽 북방한계선(NLL) 인근. 어선으로 불과 1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에 중국 어선 수십척으로 이뤄진 선단이 대기하는 장면이 보였다. 성도경(49) 연평도선주협회장에 따르면 중국 배는 낮에는 우리가 단속하기 어려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밤이 되면 일제히 연평도 인근 해역에 퍼져나가 조업을 한다고 한다. 우리 어선의 조업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낮 시간대에만 허락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온통 중국 어선의 독무대가 된다.

지난 5일 나포 사건이 벌어지자 모든 언론은 “우리 해경이 왜 중국 어선을 단속하지 못하느냐”는 질타를 쏟아냈다. 현재 연평도에는 해군 2함대 소속 레이더 기지와 해경, 해병대 등이 주둔하며 엔엘엘 방어와 중국 어선 감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연평도 해경 안전센터 요원은 불과 7명으로 2교대 근무를 고려하면 실제 근무인원은 4명이다. 그나마 해경은 리브보트(고속단정)를 한 척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고, 설령 보유한다 하더라도 접안 시설이나 보관 시설이 없다. 이 안전센터는 주로 낚시어선의 안전이나 조업구역에서 벗어난 우리 어선을 단속하는 데 더 치중한다. 해경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고 해도 해군의 통제를 받아야만 한다. 북한의 위협을 마주하는 접적수역에서 자칫 단속 함정이 엔엘엘 부근에 접근하기라도 하면 심각한 안보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의 나포 사건이 있고 나서 긴급히 해경 특공대 24명이 연평도에 투입되어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엔엘엘 접근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경 안전센터에 따르면 “해경 특공대를 연평도에 투입하고도 숙박도 해결해주지 못해 급한 대로 식수도 없는 대피소에서 생활하도록 했다”며 “당장 숙식 문제조차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어쩌다가 해경 단속정이 엔엘엘 부근으로 단속을 나가면 해군 고속정이나 고속함이 호위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조짐을 중국 어선은 재빠르게 간파한다. 어민들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군과 해경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단속을 피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로서의 솜씨를 발휘한다. 해경의 하소연은 아예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남북통일이 되지 않는 한 대책이 없다”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여운을 남긴다.

18년 전 나타난 중국 어선
성어기엔 한 달 1만여척 육박
밤이 되면 중국 어선 독무대
연평어장 사라질지 모른다
어민들은 불안해한다

해경 단속함정도 속수무책
“남북통일 안 되면 대책 없다”
보수정부는 군사원칙 최우선
지키려 할수록 잃는 결과만
남북 간 신뢰와 평화밖엔

합참의장이 크게 치하했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보수 선동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에 북한에 가서 엔엘엘을 포기하는 발언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했다”며 “연평 어장을 북한에 헌납하는 이적행위”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엔엘엘을 사수하기만 하면 우리의 경제적 이익은 지켜지는 것으로 상황을 호도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과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같은 평화조치를 폐기해버렸다. 보수정부 아래서 서북해역 방어를 위한 엔엘엘 사수라는 군사 논리가 남북 협력이라는 평화의 논리를 압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국방부와 해군 고위층은 “적이 엔엘엘을 한 치만 넘어와도 응징하라”, “적이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면 그 손목을 잘라버려라”라는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서북해역이 첨예한 긴장 속에서 전쟁의 바다로 돌변하는 결정적 사건은 2009년 11월10일에 일어났다. 이날 오전 11시27분에 북한의 경비정 등산곶 383호가 엔엘엘을 넘어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2.2㎞를 계속 남하했다. 당시 언론에는 우리 경고사격에 북한 경비정이 응사를 하자 해군은 비상사태를 발령한 뒤 함포와 기관포로 대응사격을 가하여 북 경비정 등산곶 383호가 격파됐다고 보도됐다. 일명 ‘대청해전’이 그것이다. 우리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이 북한 경비정을 격파한 최초의 승리에 고무된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은 해군을 크게 치하하며 승전을 축하했다.

그러나 이 무렵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남북 비밀접촉이 진행되던 시점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군의 초강경 대응에 몹시 당황했다. 이상의 의장은 승전에 대해 대통령에게 크게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전화로 “꼭 그렇게 박살을 내야 했느냐”는 질책을 받고 어리둥절했다는 증언이 한 월간지에 소개된 바 있다. 최근 발매된 당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오병흥 예비역 준장이 쓴 <나비와 천안함>이라는 책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우발적으로 엔엘엘을 넘은 북한 경비정이 우리 쪽 경고로 다시 엔엘엘을 넘어가 북쪽 수역으로 간 상황에서 우리 함정은 계속 북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했고, 북 경비정이 이에 소총으로 응사하자 우리 쪽 다섯 척의 함정이 북 경비정에 2분여간 5천여발의 총·포탄을 퍼부어 8명을 즉사시키는 과잉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교전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과잉대응이 이루어지자 당시 김태영 장관도 오 준장을 불러 “해군이 해도 너무했다. 5 대 1이 뭐냐”고 탄식하며 “해군의 교전수칙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자신에게 지시했다고 책은 기록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서북해역의 군사정세를 더욱 치명적인 분쟁으로 나아가게 했다. 오 준장은 대청해전으로 크게 피해를 입은 북한이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안보위기를 겪은 뒤에 남북한 간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질 뻔한 사건은 2014년 10월7일에 일어났다. 이날도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엔엘엘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이 우리 쪽 경고에 대응사격을 하자 최윤희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북 경비정을 “격파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연평 해역에는 우리의 유도탄 고속함이 격파 명령을 받고 주포인 76㎜포와 부포인 40㎜ 기관포를 발사했으나 모두 불발탄이 포신이 걸려 기능이 마비되었다. 그동안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 사이로 들어갔다가 북쪽으로 도주해버렸다.

바다 지키려다 혼난 해병

보수정권 시기에 바다에서 남북 함정이 충돌한 계기는 어김없이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나타났다. 2010년 5월15일. 천안함 사건 여파로 남북이 몹시 긴장해 있던 시점에 중국 어선과 함께 북한 경비정이 백령도 인근 해역의 엔엘엘을 침범하자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은 해군에게 “격파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해군 작전사령관은 “중국 어선에 발포하는 것은 작전예규에 위반된다”며 이를 거부하여 화상회의에서 합참의장과 언쟁이 벌어졌다. 때마침 합참 지휘통제실을 순시하던 김태영 국방장관이 합참의장의 발포 지시에 놀라 황급히 “지금 뭐하는 짓이냐, 모두 동작 그만”이라고 소리치며 사격 명령을 중지시켰다. 이 당시에도 중국 어선을 사이에 둔 엔엘엘 방어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드러났다. 그런데 2014년 말에는 더욱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연평도에서는 해병대가 섬 근처 500m 방어를 관할하고 그 바깥쪽 방어는 해군 관할이다. 그런데 코앞에서 연일 중국 어선이 활개 치는 모습을 보고 분개한 해병대 연평부대장 아무개 대령이 20㎜ 벌컨포로 섬에 접근한 중국 어선에 수십발 경고사격을 했다. 상부의 허가 없이 현장 지휘관이 발포를 하자 외교부와 국방부는 발칵 뒤집혔다. 즉시 조사와 문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연평도 어민들이 “그나마 바다 지키려고 한 유일한 군인을 처벌할 거냐”며 반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서북 5도 중에 북한 내륙과 가장 가까운 13㎞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북쪽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엔엘엘이 급격히 동쪽으로 휘어지는 복잡한 지형이다. 그 엔엘엘이 꺾어지는 지점에 공교롭게 어장이 형성되어 있고, 여기에 중국 어선이 몰려들면 이를 단속하다가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매우 민감한 수역이다.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분쟁의 열점을 관리하는데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보수정부는 군사적 원칙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것이 연평도 어민에 대한 조업통제와 함께 중국 어선에 대한 단속이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다. 적을 마주하고 군사적 승리를 갈망하는 군사지도자와 외교적 관계를 중시하는 정치지도자 간에 잦은 논쟁과 갈등이 유발되는 역설의 공간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엔엘엘 사수를 외치며 군사적 방어책에 몰입하였으나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우선 조치는 연평도의 영토와 영해로서의 가치를 크게 잠식했다. 연평 해역을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마저 잃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오래도록 감내한 연평도 주민 일각에서는 “이제 남북 협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감한 연평도 해역에서 남과 북이 협력하여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고, 서로 간에 오해로 인한 우발적 충돌을 관리하기만 한다면 중국 어선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내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태원 어촌계장은 북한의 수산물은 주로 중국에 팔리는데 이를 우리가 구매해주는 해상시장인 ‘파시’를 엔엘엘 선상에 운용하면 남북 간에 수산 협력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남북 간에 신뢰가 형성되어야 가능한 공동어로구역이 어렵다면 남북 간에 조업규칙이라도 합의하고 수산물 거래라도 하자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우리 어선도 중국 어선이 차지한 자리로 그 조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또한 남북한이 협력하여 중국 어선을 퇴치할 이유가 만들어진다.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꿈이 아니면 생존의 경로를 발견할 수 없다. 때마침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연평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일련의 주장들은 연평도가 생존하는 길은 오직 남북 간에 신뢰와 평화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연평도 주민들은 “평화가 최고의 복지이자 민생”이라는 메시지를 육지에 전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안보를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지키자는 것인지, 성찰하라는 외침이다.

김종대
김종대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를 지향한다. 제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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