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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영구결번

등록 2016-06-08 19:35

흑인 장교 하나가 병원에 가려고 버스에 올랐다. 미국의 육군 버스였다. 당시 육군 버스에는 흑백 구분이 없었는데, 운전사가 그에게 뒷좌석에 앉으라고 명령했다. 거부했다. 운전사가 물러서는 듯 운전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는 종점에 도착한 뒤 헌병을 불렀고, 흑인 장교는 체포되었다. 심문 과정에서 헌병 장교들은 인종차별의 요인이 농후한 질문을 한 뒤 수감의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작성했다.

그의 상관이 그 의견을 묵살하자 그는 다른 부대로 배속되었다. 새로운 상관은 그에게 여러 혐의를 씌웠다. 혐의 가운데 하나는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1944년 8월, 버스 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이 넘어 마침내 그가 영창에 수감되었을 때 그에게 남겨진 혐의는 심문 중 명령 불복종이었다. 탱크 부대 소속이었던 그는 그렇게 2차대전에 참전할 기회를 잃었다. 그렇게 군을 떠난 장교가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이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10년 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1947년 최초로 만들어진 ‘신인상’을 수상했고, 6년 연속 올스타 팀에 뽑혔으며, 1949년에는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1955년에는 소속 팀인 브루클린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기까지 했으니 선수로서 누릴 영예를 모두 누린 복 많은 선수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였던 프로야구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폐지하는 데 보인 그의 열정을 더 높이 기억한다. 야구장 안에서 그는 뛰어난 기량과 폭력을 거부하는 성품으로 존경을 받으며 더 많은 흑인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경기장 밖에서 그는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흑인의 자립을 위한 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에서 그의 배번 42번을 영구결번하고, 그가 최초로 시합을 벌였던 4월15일에 모든 선수들이 42번을 달고 시합을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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