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시인이 시집 전문 서점을 연다. 시집 서점 사업에 대한 구상을 처음 들었을 때, 그저 재미있겠다고 좋아라 했다. 현실가능성이 희박한 아이디어를 마구 던져가며, 그 공간에서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자 했다. 말로 끝날 일일 뿐 설마 진짜로 시집 서점을 열까 싶어서 꿈과 현실 따위 구분하지 않고 마구 응원했다. 그런데 정말로 시집 전문 서점을 그가 차려버린 것이다. 그 공간에서 무얼 하며 즐겁게 살까를 맨 먼저 궁리하더니, 어떤 시집들을 구해놓아야 할지를 그다음 궁리하더니, 어떤 동네가 적합할까를 그다음 궁리하더니,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그다음 궁리하더니, 맨 나중에서야 월간매출액을 그는 계산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유지비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이미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던 때에야 그 자각을 했다. 이미 돌이킬 수는 없고, 돌이킬 수 없으니 개의치 않기로 각오했고, 개업을 앞두고 있다. 공사 중일 때에 그곳을 방문했다. 그는 직장을 다닐 때에는 목격한 적 거의 없는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오랜만에 환한 얼굴이 되었다. 눈치 안 보고 오래 앉아 있어도 될 아지트 하나가 생겼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뚝 끊긴 그의 삶에 대하여 염려를 앞세우고 싶지 않다. 어쨌든 그는 꿈을 이룬 사람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이다.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꿈꾸던 일인데.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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