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널리 좋아하는 만화영화의 주인공 미키마우스도 이제 90살이 되어간다. 그동안 조연을 맡았던 친구들인 미니마우스, 도날드덕, 구피, 플루토 등도 유명세를 얻어 독자적인 캐릭터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도 오랜 세월을 겪어온 만큼 미키마우스는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 변모해왔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5월에 <비행광>이라는 무성영화로 첫선을 보였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미국의 조종사 찰스 린드버그가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하여 미국과 유럽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시절 그 영웅처럼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하는 미키마우스를 그린 이 첫 실험은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해 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더빙이 이루어지며 같은 해에 나온 <증기선 윌리>가 큰 성공을 거두어 공식적으로는 이 작품이 미키마우스의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광>은 훗날 유성영화로 다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주로 단편 영화에 출연했지만 점차 장편 영화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아카데미 만화영화상에도 10차례 지명되어 한 번 수상했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도 만화영화 배우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단 별을 새겨넣게 되었다. 영화배우로 출발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신문의 단편 만평이나 만화 잡지에도 등장하면서 영역을 확장하여 신문의 만평은 45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렇게 외면적으로 성공을 거듭해나가면서 미키마우스는 내면의 세계도 가꾸어갔다. 처음에 그는 사악한 꾀를 갖고 말썽을 피우는 악역을 맡았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성격이 바뀌었다. 물론 실수를 거듭하긴 하지만, <판타지아>에서 그가 분한 마법사의 제자가 그러하듯, 그것은 선의의 모험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배워야 할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미키마우스 같은 만화영화의 캐릭터조차 나이가 드니 좋게 변하는데,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호전되지는 못할망정 추태는 부리지 말기를.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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