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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근로자이사제의 오해와 진실 / 이상호

등록 2016-05-15 19:51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지난 10일 산하 15개 투자출연기관의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발표하였다. 경총은 물론, 경제일간지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시장경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야단법석이다. 특히 기업 경영과 경제 성과에 대한 노동자 경영 참가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자이사제가 노동권 신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생산성과 수익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제도 자체가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지만, 노동자의 경영 참가에 대한 오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를 오래전부터 실현해온 독일에서 발표된 학계의 분석 결과를 보면, 단기적 비용 유발 효과는 인정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부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의 경영 참가를 통해 전직·이직 등 노동이동으로 인한 비용과 손실이 줄어들고 노동력의 기능적 유연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의 참여와 헌신이 유도되고 창의적인 활동이 촉진된다.

노동자대표의 이사회 참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일면적인 해석일 뿐이다. 기업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지만,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사안에 대한 내부 저항이나 반발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도가 넓어지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독일 학자 마르틴 회프너는 노동자대표의 이사회 참가로 인한 효과는 단기적 비용편익분석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효율성과 조직 이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독일의 경영자들 또한 노동자의 경영 참가를 경영 투명성과 기업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효율적인 생산과 책임경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본다.

무엇보다도 근로자이사제가 지닌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는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노동자 경영 참가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총수의 전횡적 지배에 휘둘리는 우리나라의 재벌대기업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독일 경제가 질적으로 높은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노동자의 공동경영을 특징으로 하는 공동결정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진실을 부정할 순 없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는 기업 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실질적인 참여이며 공동책임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이제 노동자는 기업에서 단순히 하나의 생산요소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공동체의 ‘진짜’ 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려의 지점도 있다. 기업별 노조의 현실에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자대표가 내부자로서 경영진과 담합적 관계를 추구하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가 비용과 위험을 짊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은 서울특별시가 추구하는 참여형 노사관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또한 공공기관의 운영과 관리에 있어 비로소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 서울특별시 산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동존중특별시를 만들기 위한 나눔과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서울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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