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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 조현경

등록 2016-05-08 19:22



‘자유’와 경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가치가 경쟁한다는 것은 ‘좋은 것과 나쁜 것’ 가운데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더 좋은 것과 좋은 것’, ‘좋은 것과 덜 좋은 것’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가 경쟁하는 가치는 ‘억압’이나 ‘구속’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가치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자유’와 ‘안정’이라는 가치를 놓고 갈등하는 일은 다반사다. 고정적이고 안정된 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자유를 갈망하고,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는 불안정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통계개발원은 ‘경제 생활 안정도’와 ‘고립감’이 주관적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요인들이라고 밝혔다. 소득의 절대적 수준이나 직업 종류보다도 소득의 안정성과 인간관계가 삶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소득이 불안정한 프리랜서들의 상대적인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평생직장 개념의 안정적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프리랜서의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폭넓게 포함한 프리랜서 규모가 478만9천명으로 취업자의 18.9%에 달한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 고용과 사회적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노동자 중 4분의 1만이 기간 제한이 없는 평생고용 계약을 맺고 있으며, 비전형적 근로 형태의 불안정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시점이다.

자발적인 프리랜서들은 삶과 노동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창조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소수를 제외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프리랜서로 내몰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대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안정적 일자리 확대가 대안일 수도 있지만, 그 혜택은 소수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일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프리랜서의 직무와 생활에 있어 불안감을 주는 주요한 요소는 일감을 구하는 일이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계약서 작성이나 계산서 발행, 세금 처리 등 행정업무 역시 큰 부담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이에 대한 대안적 움직임으로 ‘사업고용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은 사업을 하고자 하는 프리랜서들을 ‘사업자 직원’으로 고용하고, 이들을 대신해 조합 명의로 각종 행정적·법적 기능을 지원하며 사업 수행을 돕는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업력보다는 여럿이 모인 협동조합의 영업력이 강하기 때문에 일감을 구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계약영수증과 계산서 발행 및 세금 납부 등은 모두 협동조합 명의로 처리된다. 협동조합은 사업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지원 비용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엇보다도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립된 노동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노동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이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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