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여당이 대패했다. 그러나 결코 야당들이 이긴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국민 배신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징벌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짓을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의 마음을 얻은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그냥 표를 준 것이고, 그러니 언제라도 주었던 표를 거두어갈 것이다. 야당들이 국민들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말이다.
그런데 총선 후 야당들의 행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자신들이 꿈에서도 감히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던 대승을 얻고서 국민들 앞에 겸손해지기는커녕 그야말로 기고만장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자신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당을 구했다고 당에 대고 호통을 친다. 그런데 김 대표가 한 게 무어지? 자신이 구했나? 국민들이 구해줬지. 그렇지만 김 대표의 자만심과 욕심은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집착도 끝날 줄을 모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당 대결이 되면서 야당들이 승리했다는 창조적인 승전평을 내놓았다. 국민들이 양당 체제를 심판하고 3당 체제를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마치 자신이 총선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양. 대단한 착각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걱정을 했으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미웠으면 야권이 분열했음에도 이길 수 있을 만큼 표를 몰아줬을까. 만약 안 대표가 그것을 예상하고 의도적으로 야권을 분열시켰다면 그건 정말 고약한 짓이다. 만약 그렇다면 위험한 짓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을 가지고 논 것이다. 그런 위인에게 국민들의 생명과 삶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실 본인도 몰랐겠지. 자신이 원한 것은 자신이 재기하기 위한 호남에서의 작은 승리였겠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더라도 자신만 재기의 기반을 닦으면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였겠지.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국민의 열망을 저버릴지라도. 그것도 지도자로서는 결격사유다. 그런데 자신도 미처 상상 못한 큰 승리 앞에서 안 대표는 겸손할 줄 모른다. 안철수의 착각은 오만으로 변했다. 내용 없는 새정치만 떠들어댄다고 대통령이 되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민들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자신들도 몰랐던 민의였으니 그 민의가 과연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 한다. 더민주·새누리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국민의당 인사들이 벌인 장난질, 이리 붙을까 저리 붙을까 하며 보인 회색분자의 행태는 국민의당을 찍어준 민의에 대한 배신이다. 김종인과 문재인, 반문파와 친문파의 밥그룻 싸움을 보인 더민주의 행태는 민심을 저버리는 짓이다.
국민들은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퇴행을 심판하고 민주적인 정부로 정권교체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국민들은 김종인의 욕심, 문재인의 집착, 안철수의 착각과 오만을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야당들은 사소한 차이를 내려놓고 합심해서 민의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협력하며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야당들은 지금 당장 청년대책특위, 여성대책특위, 노인대책특위, 주거대책특위, 비정규직대책특위를 공동으로 만들어라. 국민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장단기 정책을 만드는 일에 함께 착수하라. 세월호 진상과 가습기 살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국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함께 시작하라.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철저히 파헤쳐 다시는 거대재벌과 수구정권이 돈으로 정치와 민의를 농락하지 못하게 하라. 부실 대기업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왜곡·은폐·지연시키면서 눈덩이처럼 커졌고 이제 ‘한국적’ 양적완화라는 ‘창조적’ 방법으로 그 진상을 숨기려 한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박근혜 정부에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속히, 투명하게 그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처리하라. 그리고 새로운 산업정책의 방향, 새로운 경제 진로를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하라. 그것이 지금 야당들이 할 일이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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