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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하이파이브

등록 2016-04-06 19:32수정 2016-04-06 22:46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표정이 이상했다고. 이 식당이 좋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언제가 좋을까를 생각하다 생신은 지났고 어버이날은 기다려야 해서, 선거날 투표를 하고 나서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재차 물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대답을 했다. 함께 손을 잡고 투표소에 찾아갈 생각을 했고, 선거철마다 평생 동안 의견이 나와는 정반대였던 부모님을 이번엔 꼭 설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느라 잠깐 표정이 안 좋았을 거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전쟁을 체험한 세대의 트라우마에 대해 친구와 함께 대화를 이어갔다. 세월호로 인해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참혹함에 대하여 대화가 이어졌다. 부모 세대의 전쟁 트라우마가 오로지 피해자의 트라우마라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날에 찔린 상태라는 것. 피해자 겸 가해자로 2년을 살아오면서, 참사만큼이나 국가의 태도에 대하여 참혹함을 느꼈다. 이 참혹 또한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양날의 아픔이었다. 우리의 발로 걸어들어가, 우리의 손으로 직접 국가 운영자들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전쟁 체험에 대해서라면 어제의 일보다 더 생생하고 또렷하게 말씀하시는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면 좋을지 현명한 대화법을 찾아보자며,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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