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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공부하는 카페

등록 2016-03-30 19:38수정 2016-03-30 20:02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는 고등학생들이 많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서 그렇게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둘러앉아 있다. 공부할 곳이야 독서실이나 도서관 같은 데도 있겠다 싶은데 하며 다소 의아하게 그들을 훔쳐보게 된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놓고서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대학생 흉내를 내는 거구나 하며 간단하게 생각하다가 나의 고교 시절이 떠올랐다. 공부를 하기에 집은 언제고 지나친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이상했고 가족들이 다 모여 있으면 있는 대로 버거웠다. 그렇다고 독서실이 공부를 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답답했고 쿰쿰했다. 삼면을 벽으로 둘러싸야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양계장의 닭이 된 것같이 내가 스스로를 사육하고 있는 것만 같아 섬뜩한 적도 많았다. 그때는 카페 같은 데를 드나드는 건 데이트하는 사람들로 한정돼 있었다. 카페는 적당한 소음이 있어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넓은 유리창 바깥으로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쾌적함이 있다. 그래서 공부 같은 것을 하기에 그만이다. 카페에 오기까지 이런저런 장소들을 전전하며 자신에게 가장 쾌적할 곳을 헤매다녔을 걸 짐작해보니, 공부하러 온 청소년들에게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면 참 좋겠다 싶어진다. 지하철이 임산부와 노약자에게 특별한 예우를 하듯이.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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