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봄볕 아래에서

등록 2016-03-28 19:58수정 2016-03-28 20:07

계절이라는 건 찾아가 만날 수도 있다고 여겨왔다. 지구 어딘가 다른 계절들이 곳곳에 널려 있으니까. 꼭 기다려서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며 원하는 계절을 찾아나섰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봄만큼은 딴 데에 찾아가 맞이해도 별 감흥이 있지 않았다. 올듯 말듯 하다 드디어 진짜 봄이 도착한 오늘, 가벼운 코트를 드디어 꺼내 입고 양지바른 벤치에 앉아 한껏 볕을 쬐고 있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재미. 그 재미가 설렘을 보태고, 반가움을 보태고, 하루라도 아껴서 음미하고 싶다는 부지런함을 보태왔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았다. 설렘과 반가움과 부지런함은 미묘한 들뜸을 조성하고, 미묘한 들뜸은 해마다 기대한 바를 꽉꽉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종내에는 야릇한 고마움까지 조성한다. 산수유와 매화와 살구꽃이, 목련과 벚꽃이 차례차례 피고 있는 동네 공원이 지난겨울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고마움을 더 선명히 느낄 수가 있다. 불현듯 봄이 와 있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가본다 한들, 온갖 꽃들의 교태를 몸소 겪는다 한들, 봄을 만나는 이 복잡한 심사는 포함될 리 없다. 타지에서는 지는 꽃들을 보고 지극한 애석함을 느낄 리가 없다. 이제 마악 힘차게 터트리고 있는 우리 동네 꽃망울들도 금세 만개했다가 또 금세 져버릴 것이다. 그때에 또 된통 아쉽고 섭섭할 것이다. 봄 덕분에 겪는 이 다사다난함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김소연 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1.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2.

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3.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사설] 김성훈 경호차장의 내란 공모 의혹 전모 밝혀야 4.

[사설] 김성훈 경호차장의 내란 공모 의혹 전모 밝혀야

[사설] ‘현란한 협상술’ 보인 트럼프, 거국적 대응 체제 갖춰야 5.

[사설] ‘현란한 협상술’ 보인 트럼프, 거국적 대응 체제 갖춰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