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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박근혜 만능법’

등록 2016-03-13 21:21수정 2016-03-13 22:26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시는 게 무얼까? 야당이 모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정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박정희 향수에 젖어 두뇌가 콘크리트화되어가고 있는 나이든 열혈 지지층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어쨌든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는 걸 보면 그것만은 일단 잘하신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것 말고 잘하시는 게 또 있나?

박 대통령의 외교 성과는 결국 미·중에 놀아난 전략적 ‘쪽박’외교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는 미·일·중의 군비경쟁에 끼여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해졌다. 자랑처럼 내세우던 박 대통령 외교·안보 치적의 실상이다.

그럼 내치는 어떤가? 경제는 엉망이고 사회는 분열되고 미래는 불안하니 박 대통령의 내치도 낙제점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유체이탈의 달인답게 박 대통령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법을 국회가 만들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국회 탓이다. 법을 만들어주었으면 잘됐을까? 어느 책에서 읽은 말을 빌려 쓰자면 “칼만 좋으면 뭐하나, 검술 실력이 꽝인데”. 게다가 박 대통령이 그렇게 원하는 법도 다 ‘박근혜 대통령 마음대로 법’ 아닌가. 다른 사람은 아닌 오직 ‘박근혜만’ 마음대로.

국회선진화법은 박 대통령이 야당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자기가 쓰려고 만든 법이었다. 자기가 쓰면 좋은 법이고 남이 쓰면 천하의 망국법이란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식물국회 되었으니 국회를 국민이 심판해야” 한단다. 누굴 심판하나. 자기가 심판받아야지. 자기가 만든 법 때문에 자기가 일 못하겠다니 이게 어디 대통령이 할 투정인가.

필리버스터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쓰려고 만들 때는 “정치 선진화”를 위해 “국회의 합리적 의사절차와 질서유지를 확보”하려는 좋은 것이었는데, 남이 쓰니 “어떤 나라에도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고(선진국에도 있는 걸 모르시나), “자다가도 통탄할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책상을 치시나. 치려면 자기 머리를 쳐야지.

테러방지법이 없으면 테러방지 못하나? 영장 없이 도감청 못하면 테러방지를 할 수 없다니,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다 종북이라 테러 혐의가 있어도 도감청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원샷법이 없어 대한민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못한단다. 대한민국에 ‘구조조정 금지법’이라도 있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원샷이든 투샷이든 할 텐데 거기에 꼭 특혜를 주어야만 구조조정이 되나. 특정 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인가?

법을 뛰어넘는 시행령을 만들어 제멋대로 행정을 하는 것은 “법치”고, 시행령을 법에 맞게 하자는 것은 법에 어긋난단다. 정치댓글 작업을 하는 국정원 여공작원에 대해서는 ‘여성인권’ 운운하면서 두둔하고, 조국이 지켜주지 못해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에는 돈이나 몇푼 받아먹고 입 닫으란다. 어제는 경제위기라고 하더니 오늘은 경제가 이만하면 좋은 거란다. 그리고 내일은 또 경제가 위기라고 하겠지.

박 대통령에게 소통과 설득은 ‘내 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고집과 협박이다. 박 대통령의 소통과 설득은 ‘독선과 독재’의 다른 말이다. 박 대통령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바꾼다. 말을 바꾼 것조차 모른다. 나는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투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원하는 법은 나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박근혜 만능법’이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유신법’이라고 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박 대통령이 ‘잘 드는 칼’을 손에 쥐면 무엇을 벨까. 그 칼에 잘리는 건 경제와 민생인가? 야당과 비박인가? 박정희 말기에 중화학공업 실패로 우리 경제가 망국의 위험에 처했던 것을 기억하라. 독선과 독재만 알았던 박정희는 유신법이라는 잘 드는 칼로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에 몰아넣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만능법’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망국의 위기로 몰아넣으려 한다. 막아야 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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