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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중국인 거리

등록 2016-02-29 19:09수정 2016-02-29 19:34

명동과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은 새 학기 새 계절에 새 옷을 사주겠다는 엄마의 팔짱을 끼고 즐겨 찾던 장소였다. 좀 더 폼나는 옷을 사기 위해선 명동의 백화점들을 찾아갔고, 좀 더 저렴한 옷을 사기 위해선 남대문과 동대문의 새벽 시장을 이용했다. 어제 봄맞이 쇼핑을 나서보았다. 다른 이들은 어디서 그리 예쁜 옷을 사입는지 내심 궁금해서 누군가에게 좀 물어볼까 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동대문 쪽 쇼핑몰을 찾아갔다. 온통 중국인들뿐이었다. 쇼핑몰도 중국 관광객들에게 맞춤되어 옛날 같지 않았다. 곳곳에 중국어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한국어와 병기된 안내판도 있었지만, 아예 중국어만 적혀 있는 안내판이 더 많았다. 명동이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거리로 변해서 나도 모르게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됐지만, 서울 도심의 대부분이 이제는 중국인 거리로 변했다. 명동, 대학로, 남대문과 동대문, 광화문과 북촌…. 내가 자주 가는 홍대 앞도 트렁크 끄는 소리를 내며 걷는 중국 관광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의 엔간한 중요 장소들에 그들이 한국 사람보다 더 많다. 여기저기에서 중국말이 들렸다. 가게를 기웃거리자 가게 주인은 중국말로 말을 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런 곳에는 오지 않는 걸까. 다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며 지내는 걸까. 나만 뭣도 모르고 중국 사람처럼 쇼핑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서울을 빼앗긴 느낌이 들어 잠시 괴이해졌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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