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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익숙한 낯섦

등록 2016-02-23 19:35수정 2016-02-23 21:34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이동을 했다. 터미널과 터미널을 연결해주는 트레인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잠깐 동안, 나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엄청난 속도로 걸음을 걷는 인파가 눈에 낯설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내딛는 걸음이, 그 속도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돌아왔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반가웠고 착잡했다. 또다시 이 속도로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번엔 한숨이 새어나왔다. 여행지에서 나는 번번이 답답했다. 식당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가게에서 물 한 병과 생필품 몇 가지를 고르고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번번이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굼뜬 걸까. 이러고도 장사가 가능할까. 의아해했더랬다. 굼뜨다고 핀잔을 들으며 살던 나에게마저 답답함을 주던 사람들에게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던 걸까. 서울의 속도감이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 배달 음식을 시키려다 말고 밥을 사먹으러 바깥으로 나갔다. 배달 음식 서비스 광고를 불편한 마음으로 보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빠른 것은 느린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치러야 할 위험과 희생이 내재돼 있지 않을 때에 한해서다.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오랜 끈질김이 아니라 속도일 때, 그 위태로움을 이제 우리는 잘 안다. 빠르게 무엇을 해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이제는 생기지 않는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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