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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 동북아 6국지, 승자와 패자

등록 2016-02-22 19:44수정 2016-02-23 16:06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 몰려 있는 동북아에서 큰손(빅 플레이어)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 말은 현안과 관련해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두 나라의 행동과 이해관계가 가장 큰 규정력을 가진다. 부분적 또는 단기적으로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그렇게 관철된다. 둘째, 해법 역시 두 나라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미-중 관계는 협력보다 갈등이 부각된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중국을 길들이려 하고,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며 기존 질서 변화를 꾀한다. 미국 패권은 유지되지만, 동아시아만을 보면 두 나라의 우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공통인식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틀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이 본격적 갈등 국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군사력은 여기서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정치적으로는 타협하더라도 군사에서는 분명히 우열이 분명히 가려질 때까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중요한 시험대다. 미국은 이를 기동성 있게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연결시킨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협의를 비롯한 동북아 엠디(미사일방어체계) 통합·강화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틀짜기가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미·일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대외 군사활동에 목마른 일본의 족쇄를 풀어준 데 이어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이미 이기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 이상으로 사드 문제와 한·미·일 군사동맹화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패권 경쟁 구도에서는 불가피하다. ‘서로 충돌하지 않고 맞서지 않는다’는 신형대국관계의 기본원칙이 남중국해에 이어 동북아에서도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한·미·일에 맞서기 위해 군사·외교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승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다.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분산시키는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국제 고립은 더 심해졌지만 ‘한·미·일 대 중·러’라는 구도가 만들어짐으로써 기댈 언덕이 커졌다. 최우선 과제의 하나인 내부 결속에도 성공하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북한은 승자다. 일본과 러시아도 실익을 챙긴다. 일본은 재무장 및 군사력 해외진출 강화를 자연스럽게 관철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를 하나 더 확보했다. 둘 다 미국과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승자다. 결국 다섯 나라 가운데 패자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실험 1주일 뒤인 1월13일 대국민 담화에서 “(핵실험이)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안보지형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 핵심 계기는 핵실험이라기보다 정부의 ‘대북 대응 다걸기(올인)’에 있다. 박 대통령은 모든 남북관계를 끊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은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적극 편입되는 것뿐이다. 북한 체제가 조기에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런 다걸기는 모든 것을 잃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니 우리만 지고 있다.

해법은 멀지 않은 데 있다. 큰손이 손을 잡도록 하는 것이다. 영토에다 군사패권 문제까지 걸린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타협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는 가능하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3원칙(비핵화, 평화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미국이 받아들이되 중국이 북한의 변화 유도에 적극 나서도록 하면 된다. 이는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대북 제재는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이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은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이길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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