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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설) 연휴

등록 2016-02-10 18:46수정 2016-02-10 20:48

인천공항까지 고속도로가 막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게다가 새벽 여섯시, 인천공항 방향에서 그랬다. 이 사람들이 모두 공항에 가는 길은 아닐 텐데 무슨 일이지 싶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상황은 더했다. 공항 어디에도 앉을 의자가 없었고, 줄을 한 번 서면 삼십분은 기다려야 했다. 이 사람들 모두가 설을 쇠는 대신 여행을 간단 말인가. 낯설 것도 없지만 낯선 풍경이었다. 대개 가족들이었다. 연세가 많으신 노인 부부를 모시고 둘러앉은 중년 부부(형제로 추정되는 여러 부부들), 노부부의 손주들로 추정되는 젊은이 여러명. 삼대 정도의 대가족이 모여 앉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휴양지로, 가까운 따뜻한 나라로 떠나기 위해, 설 연휴를 앞두고 이 이른 아침에 인천공항에 와글와글 모여 있는 풍경. 설날 풍속도가 참 많이도 변했다 싶었다. 부모님을 따라 큰아버지 댁으로 설을 쇠러 가던 어린 날의 기억들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성차별이 매순간 동반돼 있었다. 차례에 참석할 수 있었던 아들들과 문지방 너머에서 빼꼼 구경만 하던 딸들. 밥상도 남녀가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들이 손에 쥐여준 세뱃돈으로 사촌들과 우르르 성룡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던 오후의 시간들은 좋았다. 집 바깥으로 나오면 우리는 저절로 공평해졌다. 십년 후쯤 설 연휴는 어떤 풍경이 되어 있을까. 설날보다 연휴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만 같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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