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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돈 카밀로

등록 2016-02-03 18:42

이념과 인간적 도리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도록 만들어주는 작가가 있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그인데, 그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그가 창조한 작중 인물 돈 카밀로 신부를 떠올리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과레스키는 징집되어 전선에 배치되었다가 이탈리아가 연합군과 종전 협상을 맺은 뒤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2년을 수용소에서 보냈다. 종전 이후 귀국하여 풍자 주간지에서 활약하던 그의 주요 조롱 대상은 공산주의자였지만, 지지하던 정파의 인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루이지 에이나우디 대통령이 경호원이 아닌 큰 와인 병의 호위를 받고 있는 만화를 출판했다는 이유로 그는 반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와인은 대통령 소유의 포도원에서 생산되던 것으로서 와인 병에 그 상표까지 확연하게 그렸던 것이다.

그가 창작하여 주간지에 연재한 단편소설들이 훗날 8권의 책으로 나왔고, 여러 차례 영화화될 정도로 널리 인기를 얻었다. 그 내용은 2차대전이 끝난 뒤 포강 유역의 ‘작은 세계’라고만 지칭한 마을에서 주임 신부 돈 카밀로와 공산주의자 시장인 페포네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이다. 성급하고 지기 싫어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비슷한데 소동은 대체로 신부의 승리로 끝나지만, 성당에 돌아온 뒤 그는 십자가 위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눈다. 예수님은 신부에게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가볍게 꾸짖을 뿐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페포네는 반동은 총살해야 한다고 공언하며, 돈 카밀로는 신을 믿지 않는 공산주의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같으며 서로를 존중한다. 페포네는 당원의 의무로서 교회에 반대할 뿐, 자식들도 몰래 세례받게 만든다. 신부도 시장 개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단지 교회에 반대하는 당의 강령을 문제 삼는다.

그 둘은 이념이 달라도 인간으로 통하는데, 여기선 거짓 이념으로 사람들을 가른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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