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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애장품 정리 기간

등록 2016-02-02 18:52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다. 버릴 물건은 버리면 되지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이 늘 문제다. 지난달엔 필요 이상으로 자주 선물 받아온 핸드크림과 양말을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번 주에는 오래오래 좋아해 온 선생님을 뵐 일이 있어 물건을 하나 챙겼다. 유성기 시대의 음악들을 복원한 앨범 세트였다. 그야말로 소중하게 간직만 해오던 것이었다. 시디플레이어로는 음악을 잘 듣지 않다 보니, 나보다 이 앨범을 사랑해줄 이에게 입양을 보내야겠다 마음먹고서 그 선생님이 적임자라 여겨오던 참이었다. 선생님은 몇 번이고 웃으며 고맙다 말씀하셨다. 술자리에서도 내내 곁에 두고서 내 선물을 챙기셨다. 선생님의 공간에서 그 음악들이 운치를 보탤 상상을 하니 내가 더 기뻤다. 어제는 후배의 모습을 바라보다, 선물을 받았으나 간직만 해오던 손목시계가 떠올랐다. 나에겐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서 엄두를 못내는 시계지만, 너라면 어쩐지 소화를 잘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모양새까지 설명을 곁들였다. 후배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야 후배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그 애는 손목시계 같은 건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만일,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 더는 손이 안 갈 테지만 누군가에겐 귀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책들을 몇 권 주겠다고 했다면, 선뜻 기뻐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애에게 책을 부쳐주려고 어젯밤에는 즐겁게 서가를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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