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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동네 병원

등록 2016-01-18 18:41수정 2016-01-18 18:41

대기실에는 번호표를 손에 든 감기 환자들이 꽉 차 있었다. 한 명씩 호명되면, 진찰실 앞의 대기 의자에 가서 앉았다가, 진료실 문이 열리면 의사를 만나러 들어갔다. 창구에 앉아 있는 간호사들은 틈틈이 환자들에게 주사를 권했다. 질병을 막아주는 예방주사, 피부가 좋아지는 주사, 기력을 회복해주는 주사, 영양을 한꺼번에 보충해주는 주사 등등. 주사를 광고하는 포스터들이 한쪽 벽을 가득 메웠다. 진료실에서 내 이름을 불렀고 마침내 의사 앞에 앉았다. 간호사는 체온을 쟀다. 의사는 내 편도선을 살폈고, 청진기를 등에 대고 내 숨소리를 들었다. “독감을 예측할 수 있어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열이…” 하고 내가 말을 잇자마자, 의사는 “열이 나지 않는다면 (독감이 아니라) 감기를 예측할 수도 있어요” 하고 말했다. 진료실을 나서자, 창구에서 노인이 항의를 하고 있었다. 진료도 안 하고 진료비를 청구하느냐며 따졌다. 간호사는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을 뵙고 나왔으면 그게 진료라고 설명했다. 노인은 의사가 말만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고, 간호사는 의사의 말이 곧 진료라고 다시 설명했다. 노인은 처방전을 손에 든 채, 허탈하게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갔다. 노인이 원하는 진료는 무엇이었을까. 조금 더 정성스레 몸 상태를 살펴봐주는 것이었을까. 내가 원하는 진료는 무엇일까. 내가 증상을 말할 때 제대로 들어주는 것? 궁금한 게 있느냐고 한 번 정도 질문해주는 것이었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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