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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새로 생긴 꿈

등록 2016-01-13 18:41

낯선 나라로 여행 갈 준비를 하다, 사전을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핸드폰의 사전 앱들 때문에 이미 멀어져버린 사전. 핸드폰을 길에서 꺼냈다가는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며 표지판과 안내문에 영어 병기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라고 하니, 아는 단어 몇 개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아서, 굳이 책으로 된 사전을 챙겨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인기 없는 나라의 인기 없는 사전 따위에 서지 사항이 자세할 리 없었다. 크기와 무게와 편찬한 이에 대한 간략 정보가 다였다. 미리 보기 같은 것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직접 펼쳐 보고 골라야겠다 싶어서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대형 서점을 방문했다. 서가 한 칸 정도에 그 나라말로 된 사전류가 꽂혀 있었다. 발음기호가 적혀 있는 것은 모두 벽돌처럼 두껍고 무거웠다. 배낭 안에 넣어 가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포켓용은 발음기호가 적혀 있지 않아 여행용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만한 대형 서점에서도 내가 원하는 사전을 살 수가 없어 낙담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리된 일인 줄은 알지만, 한 나라의 가장 큰 서점에서도 살 수 없는 사전 한 권에 대하여 아쉬움이 너무 컸다. 서점을 나와 근처 커피집에 앉아 눈발이 날리는 골목을 내다보다가, 새로이 꿈 하나를 꾸게 됐다. 사전만 전문적으로 갖춘 작은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 누가 내 꿈을 대신 이루겠다면 그것도 무척이나 기쁠 것 같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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