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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시각] 쌍용차 복직과 통상해고 지침 / 이상호

등록 2016-01-03 18:54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해고 방식으로 ‘통상해고’ 도입을 공식화하던 바로 그날, 해고의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6년 만에 노사 합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2월30일 쌍용차 이사회는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해고자들의 단계적 복직에 대한 노사 합의안을 의결하였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복직 대상자에는 179명의 쌍용차 정리해고자는 물론이고, 희망퇴직자, 유관업체 전직자와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포함되었다. 그리고 올해 1월 말까지 해고자 12명, 희망퇴직자와 전직자 12명, 그리고 사내하청 해고자 6명이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일터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경영수지를 보면 개선 추세가 뚜렷하지만 아직 영업이익 적자 상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또 자동차 회사의 필요 인력 수요는 생산·판매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출과 내수 시장 모두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규모 복직 합의안을 놓고 이견 없는 단정적 평가가 나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노사 스스로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정말 고귀하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지난 수년간 해고자와 그 가족까지 포함해 모두 28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사회적 사태’로까지 확산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쌍용차의 전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투자 약속과 고용 책임은 외면한 채 기술만 빼가고 ‘먹튀’하는 과정에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해고자 복직 문제는 철저히 외면해왔다. 정리해고를 위해 그들이 내세운 ‘긴급한 경영상 이유’조차 과장,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사용자가 법적 요건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고 정리해고를 남발한다면 누가 시정해야 하는가?

정부의 방관에도 쌍용차 노사는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복직협상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쌍용차 사용자는 대법원의 해고 유효 판결과 상관없이 해고자의 재고용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았다. 그리고 기업별 노조인 쌍용차 노동조합은 옛 동료들의 복귀를 위해 자신의 불이익을 일정하게 감내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년간 누구보다도 힘들게 해고 무효와 원직복직을 위해서 싸워온 179명의 정리해고자들은 이번 합의안에서 자신들의 우선 복직을 고집하지 않고 희망퇴직자와 사내하청 해고자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한마디로 사용자는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고 애썼고, 노동자들은 ‘아름다운 연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그러나 우리는 정리해고의 무거운 업보를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쌍용차 노사를 위해 정부가 지금까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정부가 정리해고의 절차와 요건을 강화하는 데에는 그렇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니 저성과자를 겨냥한 ‘쉬운’ 해고의 도입에는 너무나 너그럽다는 점이다. 정리해고의 합리적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대한 법제도를 정비하기는커녕 새롭게 ‘통상해고’ 제도까지 도입하려는 정부의 고집스러운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업 경영이 악화하면 당연히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뒤따라야 하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가?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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