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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악몽의 기록들

등록 2015-12-30 18:42

올해는 정부 부채와 빈부격차와 무직자 수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최장 근무시간과 최하 노동생산성을 기록했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 2위, 사교육비 지출은 세계 1위, 대학 등록금은 세계 2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 청년자살률이 1위였고, 아동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최하위였고, 노동이동률 또한 1위였다. 가족 구성원 중 자살을 했거나 자살할 위험성이 있는, 혹은 실직자와 무직자와 부당해고자를 가진 가구가 대부분이 되었다. 부자가 되는 꿈과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꿈을 우리가 여전히 가져도 되는 것일까. 시인이 되는 꿈을 꿨고 시인이 되어 살고 있는 내게 누군가는 꿈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말해준다. 그럴 때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꿈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던 어린 시절에 내가 자주 했던 대답 중 하나는 여성 대통령이 집권하는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꿈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내용과 정반대 편에서 이루어진 악몽이 되어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꿈이 지독한 악몽이 되어버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면 부자가 되었을 것도 같다. 내가 불행하거나 남을 불행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올해의 저 기록들도 꿈을 이루려다 생긴 악몽의 기록들이다. 청년들은 지금 꿈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악몽을 막으려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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