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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록 2015-12-23 18:50

1818년 크리스마스이브. 오스트리아 제국 잘츠부르크 강가 조그마한 마을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스 성당에서 저녁 미사 시간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1년 전 그곳에 부임한 요제프 모어 신부는 몇 년 전 예수 탄생에 대한 영감을 시로 옮겼다. 인근 마을의 선생님인 프란츠 그루버에게 모어 신부가 부탁해 그 시에 기타 반주를 붙인 신곡이었다. 쥐가 오르간을 쏠아 고장이 나서 기타 반주로 된 곡을 부탁했다는 말도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어쨌든 모어 신부의 기타 반주와 테너에 맞춰 작곡자가 베이스로 화음을 넣었고, 합창단이 후렴을 노래한 그 첫 공연에 갈채가 쏟아졌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오면 이 교회에서는 이 곡을 노래해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오르간을 수리하던 외부 사람이 이 곡의 악보를 유출하여 이 곡이 ‘티롤 민요’로 더 널리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1859년 뉴욕에 있는 성공회 소속 트리니티 성당의 존 프리먼 영 신부가 이 가사를 영어로 번역했다. 그것이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영어의 가사로 정착했다.

1914년 12월24일 1차대전 당시 서부전선의 격전지 이프르에서 독일군이 참호 주변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촛불을 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곧 영국군도 따라서 같은 노래를 불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그들은 총알과 포탄만 날아다니던 곳으로 나와 음식, 담배, 술, 단추, 모자와 같은 작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병사들 사이의 비공식적인 휴전이 성립된 것이었다. 전쟁터였지만 이 노래가 주는 경건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에 그들의 인간성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그런 역사를 갖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캐럴이 되었다. 이 노래는 14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스 성당은 오늘날 ‘고요한 밤 성당’이라고 불린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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