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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내 마음 속의 조지아

등록 2015-12-17 19:05

레이 찰스는 시각장애자이자 흑인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소울’이라는 장르를 완성시킨 미국의 가수였다. 컨트리, 가스펠, 블루스, 재즈, 라틴 음악 등등을 넘나들며 혼합한 결과였다. 수많은 그의 노래 가운데서도 ‘내 마음 속의 조지아’는 그 스스로 가장 사랑했으며, 에피소드도 많이 만들어낸 곡이다.

1960년 이 노래가 나오자 레이 찰스는 전국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그래미상을 받았다. 이 노래의 호소력은 미국 내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국 록그룹 핑크플로이드의 멤버인 로저 워터스는 한 인터뷰에서 열다섯 소년 시절의 기억을 회상한다. “한밤중에 나는 친구들과 재즈를 듣고 있었습니다. 레이 찰스의 ‘내 마음 속의 조지아’였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죠. 언젠가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의 20만분의 1만이라도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노래의 성공 이후 레이 찰스는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돌연 공연을 취소하고 오거스타를 떠났다. 취소의 이유는 공연장에서 흑백을 분리하여 백인들에게만 좋은 자리를 허용하고 흑인들은 발코니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손해배상 소송에 걸려 위약금을 문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영화 <레이>에서 그린 것처럼 조지아에서 그의 공연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다음해에 흑백분리가 없는 조건으로 같은 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그는 그 노래를 자랑스러워했다. 조지아 주에서 그 노래를 주가로 채택했다는 사실이 특히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같은 흑인에게 폭력을 가하던 조지아 주에서 갑자기 나의 노래를 주가로 만들다니. 그것이 너무도 감동적입니다.” 그에게 소울 음악이란 전기와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두운 방을 밝히는 힘이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확실히 예술의 힘은 어둠을 밝히는 데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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