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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룩의 세계

등록 2015-12-14 18:57

그는 하얀 셔츠에 검은 스웨터를 겹쳐 입고, 검은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검은 테의 안경을 썼다. 머리 모양도 단정했다. 누군가 “모나미룩!”이라고 그를 평가했고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희고 검은 모나미 볼펜처럼 깔끔하게 챙겨 입었다는 지적이었다. 깔끔하고 좋아 보이는 옷차림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그렇다면 어떤 옷차림을 해야 잘 입은 것이냐고, 저쪽에서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모나미룩’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 대뜸 대답을 했다. “할머니룩!” 모두들 다시 한번 까르르 웃었다. 단정해서 좋아 보이는 옷차림은 어딘가 촌스러움을 면치 못하는 느낌이 되는가 보다 싶어, 처음 듣는 신조어를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반면, 후줄근하고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옷차림은 어딘가 세련된 느낌이 되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옷차림에 대해 말한다는 게 어쩐지 불편했다. 옷을 잘 입고 다니는 게 중요한 즐거움인 어떤 후배는, 송년 모임에 나갔다가 누군가에게 옷차림으로 인해 타박을 들었다고 했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 “살이 많이 빠졌네”, “머리 잘랐네?”, “그 외투 잘 어울린다”, 우리가 나누는 흔한 인사말들이다. 외모를 두고서 인사말을 건네다니. 이런 유의 인사말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외모에 신경을 덜 썼을 것이고, 외모 외에 다른 것을 더 신경 썼을 것이다. 우리 삶은 분명 더 나은 쪽에 놓여 있을 것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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