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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홍섭의 물바람 숲] 역사적 파리 기후회의 관전법

등록 2015-12-07 18:56

파리 기후회의에는 대통령부터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4만명이 참가한다. 그런 회의는 대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굴러갈까.

회의는 3중 구조로 이뤄진다. 각국 대표단의 핵심 협상장은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다. 하루 한두번 기자들에게 하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뜨거운 쟁점이 뭔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협상장 밖에는 각 나라와 단체별로 부스가 마련돼 수천명의 기업인,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과학자 등이 북적인다. 각종 부대행사와 기자회견, 워크숍이 열려 축제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기자실 안에는 전세계에서 온 3천명 이상의 기자들이 줄지어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의자에 기대어 피곤한 눈을 붙이고 있다. 기후변화가 정치와 과학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문제임을 회의장에서 실감한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가운데 절반이 지났다. 과연 무슨 성과가 있었고 남은 걸림돌은 뭘까. 기후회의 역시 3중 구조로 진행된다. 지난달 30일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를 구하는 데 나서자’는 각국 정상의 말잔치로 시작했다. 배턴을 넘겨받은 각국 실무자들은 밤샘 협상 끝에 지난 토요일(이하 현지 시각)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은 36쪽인데 다른 견해를 괄호로 묶어 나열한 곳이 700개에 이른다. 잔뜩 기대를 모았다 실패로 끝난 2009년 코펜하겐 총회에선 이맘때 협상 초안이 300쪽이었으니 비관할 것만도 아니다. 이번 초안에는 지구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몇 도 상승으로 억제할 것이냐는 목표에 ‘1.5도 이하’와 ‘2도 훨씬 아래’ 등 2개의 괄호가 있다. 2011년 더반 총회 때 이 조항에는 ‘2도 이하’ ‘1.5도 이하’ ‘2도 훨씬 아래’ ‘2도 또는 1.5도 이하’ ‘1.5도 또는 2도 이하’ ‘가능한 한 2도 이하’ 등 괄호가 6개나 있었다.

각국 장관급 고위대표가 나서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는 고위급 회의는 어제 시작돼 사흘간 계속된다. 예정대로라면, 9일까지 합의문 협상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금요일인 11일 짐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밤샘 협상과 폐회 미루기는 기후회의의 오랜 ‘전통’이다. 2011년 더반 총회는 폐막을 36시간 넘긴 마라톤회의 끝에 일요일 새벽에야 끝났다. 기후회의는 기후를 매개로 한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전쟁터다.

실무협상을 지켜본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이번 회의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조심스럽지만 낙관한다”고 답했다. 여기엔 온실가스 감축을 위에서 강제하지 않고 각국이 알아서 ‘기여’하도록 한 상향식 방식이 주효했다. 북한, 시리아, 리비아 등을 뺀 185개국이 낸 2020년 이후 자발적 감축계획량은 세계 총배출량의 90%에 가깝다. 목표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으니 나름 최대한 목표를 세웠다.

자발성에 더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고 저탄소 경제의 붐이 일고 있는 것도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이미 화석연료에 대한 경쟁력을 얻고 있고, 지난해 새로 지은 발전소의 절반이 재생에너지였다. 중국이 지난해 청정에너지 분야에 새로 투자한 액수는 미국, 영국, 프랑스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새로운 기후체제가 나오기도 전에 세계는 이미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넘을 산도 높다. 각국의 감축계획을 모두 합쳐도 기후재앙을 막을 지구온도 2도 상승을 훨씬 웃도는 2.7도에 이른다. 각국의 감축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해 나가야 하지만 개도국은 선진국이 감축의무를 덤터기 씌우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돈 문제는 가장 험난한 협상 주제이다. 이미 2020년까지 해마다 1천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성해 개도국의 기후대응에 쓰자고 합의했지만 누가 어떻게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개도국은 자칫 기존의 공적원조가 기후재원으로 둔갑할지 걱정한다. 파리 합의문에 얼마나 야심적인 감축목표와 개도국 지원책이 담길지 주의해 보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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