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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포용적 성장은 사회보험도 살린다

등록 2015-12-06 18:42

정부는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대부분의 사회보험기금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꾸지 않고 각종 사회보험료 인상과 혜택 축소, 즉 ‘고부담-저급여’ 개혁을 추진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 과정에서 계층간·세대간 갈등을 조장할 테고 갈등의 정치에서 항상 득을 보았으니 박근혜 정권이 이를 마다할 리 없다.

고령화로 사회보험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인구 감소와 장기 저성장 추세로 인해 사회보험료 수입은 감소할 테니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사회보험이 언젠가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한 사회보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은 자명하다. 일견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전혀 하자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국민들이 ‘저부담’에 ‘고급여’를 받고 있다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 재원 확충을 위해 ‘다른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과연 이 정부가 그랬는가?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름뿐인 창조경제와 내실 없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버리고 포용적 성장 정책으로 빨리 전환하는 일이다. 포용적 성장 정책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사회보험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자영업자 포함)와 기업의 몫은 2014년 현재 각각 61.9%, 25.1%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 몫은 약 10%포인트 급감했고 반대로 기업 몫은 10%포인트 증가했다. 국민총소득의 10%라면 2014년 기준 연간 약 15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가계소득이 150조원 줄었으니 사회보험료는 그만큼 덜 걷히고, 가계는 쓸 돈이 없어 내수가 부진하고 따라서 성장률도 낮아진다. 반면 기업소득은 늘었는데 절반 이상이 투자할 곳을 몰라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으로 쌓이고, 나머지는 외국투자가들에게 배당돼 해외로 유출되거나 국내의 극소수 상위 부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한 것은 실질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절대적으로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제도적 원인에 의한 분배 불평등이다. 자영업자의 수입 감소도 불평등 경쟁 등 제도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그러니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정부는 적극적인 포용적 성장 정책을 써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가계의 몫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10%포인트 정도 회복되면 가계소득 증가로 인해 추가로 걷을 수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 누적액은 2060년까지 어림계산으로 약 500조원, 건강보험료 누적액은 450조원에 달한다.(법정 상한 건강보험료율 8% 적용, 2014년 가격 기준) 연평균으로 치면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년 약 0.7% 내외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이 정도면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증가하고, 그에 비례해서 보험료 수입은 더 많아질 테니 사회보험 재정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2년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면 성장 잠재력이 10년간 연평균 1%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의 몫을 10%포인트 증가시키는 포용적 성장이 성공하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각종 사회보험료도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이 걷힐 것은 물론이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필자가 여기서 제시한 수치는 어림계산에 불과하지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포용적 성장 정책을 실행하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각종 사회보험 재정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사회보험 부담률을 높이지 않더라도 급여를 더 확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를 죽이고 사회보험을 파탄내는 근혜노믹스를 폐기해야 한다. 대신 가계소득 비중 10%포인트 증가 계획, 빈곤율 반감 계획 등 구체적인 포용적 성장 정책으로 나라경제 살리고 사회보험도 살리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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