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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창문

등록 2015-11-23 18:48

낯선 나라 낯선 도시로 여행을 가면 창문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창문 바깥에서 펄럭이는 빨래 사진도 많이 찍게 된다. 건물들이 2층이거나 3층, 세로로 길고 목재로 된 여닫이창문들이다. 창문턱에 쪼르르 나와 앉은 제라늄 화분 같은 것이 가장 예쁘고, 집주인이 턱을 괴고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더 예쁘다. 그런 창문들엔 대개 방충망이 없다. 경첩도 디귿자로 생겨, 창문을 실내로 잡아당겨 열었을 때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벽과 밀착되게끔 한다. 겨울이 없거나, 그리 춥지 않은 도시에서 보는 흔한 풍경이다. 겨울이 유난히 춥고 여름엔 모기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가옥 구조다. 그래서 낯설고 낭만적인 느낌을 풍긴다. 우리도 빨래 정도는 창문에 내다 널 수 있지만, 대형 아파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공동주거 공간이라서, 미관상 좋지 않아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서 그렇다. 목재로 된 창문도 점점 사라지고, 알루미늄 새시로 창문틀을 시공한다. 단열과 방풍 효과 때문에 그렇게 변해갔다. 창문 바깥에 화분을 내다놓는 풍경도 드물다. 이제 겨울이 오고 있다. 벌써부터 거리는 더 삭막하다. 사람의 정취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의 겨울 풍경. 그래서일까. 체감온도는 더더욱 춥다. 꼭꼭 닫아둔 창문들은 말이 없고, 간판이 점령한 골목에는 이야기가 없다. 마당을 개조해서 임대용 상가를 지은 지 오래됐으니, 이제 골목이라는 말보다 상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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