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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청맹과니

등록 2015-11-16 18:24

파리 유학생의 에스엔에스 담벼락에 안부를 묻는 말들이 며칠 사이 잔뜩 쌓였다. 테러가 일어났고 사망자가 백명이 넘었다니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서울의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티브이로는 파리의 테러를, 노트북으로는 서울의 집회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한다고 소식을 전했다. 나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파리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만큼이나 테러가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도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이나 현장에서 빚어진 폭력의 수위만큼이나, 이 어마어마한 군중이 모인 집회가 왜 열렸는지를 제대로 알고 싶어 했다. 같은 사실을 너무도 다르게 드러내는 보도들. 그 차이가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만큼이나 무서웠다. 집회가 왜 열렸는지, 집회의 중요한 구호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히지 않는 언론들이 무서웠다. 집회에 참가한 농부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게 됐다는 사실도 내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지만, 그가 왜 집회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 절박한 이유를 꼭 알고 싶다. 알고 싶고,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정보에 차벽을 치는 언론이 무섭다. 광장에 차벽을 치고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는 공권력만큼이나 무섭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이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티브이와 신문이라는 사실이, 이미 그런 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무서워진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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