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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핼러윈

등록 2015-11-02 18:46

주말 저녁에 홍대 앞에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을 만나고서야 핼러윈데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학원에서나 핼러윈을 즐기는 줄 알았던 내게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영화 속에서 핼러윈 축제를 목격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엔 언젠가 미국이란 나라에 여행을 간다면 핼러윈 축제를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들이 기괴한 분장을 하고서 한밤중 남의 집 문을 두드리며 과자를 강탈하는 장면이 좋았다. 어린 시절엔 나도 그걸 해보고 싶었다. 한밤중에 친구들과 길거리를 쏘다니기, 감히 그 시간에 이웃집 대문을 두드려 과자를 얻어먹기. 기괴한 분장은 그다음 관심사였다.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것은 구걸하는 이들을 비롯한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솔링(souling) 정신에서 유래되었다고 알고 있다. 핼러윈 축제는 아일랜드에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아일랜드 켈트족에겐 11월1일이 새해였다. 한 해의 마지막날에 유령으로 분장을 한 자에게는 악령이 깃들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내가 본 핼러윈 풍경은 재미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핼러윈에 대해 어렸을 때 품었던 훈훈함 같은 건 없었다. 손에는 피 색깔의 비닐파우치 음료를 들고, 기괴한 분장을 하고 끼리끼리 파티를 벌이는 것. 핼러윈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향락과 사교만 존재하고 나눔과 포용은 부재한 채로 즐기는 파티는 아무래도 핼러윈 분장보다 더 기괴해 보인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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