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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다른 가족

등록 2015-10-26 19:26

버스 차창 밖을 두리번거리던 친구에게 물었다. “서울에서 살고 싶은 적은 없었어?” 친구는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대답했다. “응.” 건물이 너무 높고 길이 너무 넓어 올 때마다 신기하기는 한데, 살고 싶단 생각보다 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시를 쓰며 사귀게 된 시인 친구들은 서울에 더 많고, 고향 친구들도 이제는 다른 곳으로 떠나 만날 일도 거의 없어져 가지만, 서울은 정이 가질 않는다 했다. 강연이 있어 서울에 올라왔다는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이 있었다. 공동주택을 연구한 책이었다. 공동주거를 하는 공동체를 꾸리는 꿈을 꾸고 있는데, 공부를 해보려고 샀다며 책을 보여주었다. 서울의 친구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 친구는 나를 끼워주었다. 친구의 친구들은 이미 그 비슷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많은 내용이 담긴 이야기도 간단하게 요약해서 주고받았다. 누군가의 얘기에 보내는 반응도 간결하고 간단했다. 제각각 앉아 있는 듯도 하고, 다정하게 모여 앉아 있는 듯도 했다. 오랜 우정이 빚어낸 독특한 대화방식이었다. 이방인의 어색함보다 이상한 동경심이 나에겐 더 컸다. 독특한 가족을 보는 듯했다. 결혼과 출산에 의한 가족이 아닌, 다른 방식의 가족을 탄생시키며 사는 이들을 요즘은 꽤 자주 목격한다. 오랜 고정관념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삶을 꿈꾸는 이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내게도 새로운 꿈이 생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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