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시절엔 월북작가라는 명분으로, 몇몇 귀한 작가들의 작품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살았다. 대학 시절에도 국문학개론서에는 정지용은 정○용, 백석은 백○, 이태준은 이○준, 박태원은 박○원,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가렸다. 이름을 가렸다고 해서 그 이름을 모르는 학생은 없었다. 해금 조치가 있게 된 이후에야 이들의 작품집이 쏟아져나왔다. 공개적으로 면밀히 읽어볼 기회를 비로소 얻게 된 대학생들에게 더없이 사랑받는 작가가 됐다. 백석의 전집이나 이태준의 소설들을 실제로 접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당대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까슬까슬한 문장, 입안에서 공글리면 더 감칠맛이 도는 문장들을 너무 늦게 접한 회한이 너무나도 컸다. 그 시절은 그랬다고 지금의 학생들에게 말해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이없어하다가 말도 안 된다며 금세 실소를 터뜨린다. 지난 세기의 일이다.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눈을 뜨게 된 새로운 세계는 그뿐이 아니었다. 이른바 ‘사과’라 불리던 사회과학 스터디 모임에 들어가고부터였다. 막연하게 불신했으나 어쩔 수 없이 아둔하게 세뇌됐던 많은 관점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뒤늦게 새로운 눈을 뜬 것이다. 그 눈은 훨씬 날카롭고 선명했다. 교과서를 믿은 적도 없었으면서, 그 교과서를 손에 들고 열을 올리던 교사들도 신뢰하지 못했으면서도, 그랬다. 그 끔찍했던 시절로 낱낱이 돌아가고 있다. 이번엔 국정 교과서다. 논란의 가치도 없다. 말이 안 된다.
김소연 시인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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