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진짜 목소리

등록 2015-10-07 21:11

음악 하는 친구가 자신의 공연을 연극의 형태로 변주를 했다. 무대에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 외에 발성이 잘 다듬어진 배우 한 명이 등장했다. 배우는 노래하는 자의 또다른 자아, ‘섀도’ 역할을 했다. 가수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할 때, 자신의 노래를 집중하며 들으러 찾아온 관객들 앞에 설 때, 어떤 태도인지 어떤 심정인지를 방백으로 발화하며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의 마지막도 마찬가지였다. ‘섀도’는 가수가 가수로서 기피해야 하고 차마 말해서는 안 되는 내면의 가장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이야기를 발화하며 끝난다. 어디서 본 적 없는 가장 내면의 소극적인 목소리를 들은 관객은 그 장면에서 커다란 용기를 목격한다. 용기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어울리지가 않는 야릇한 감동에 사로잡힌다. 공연을 다 보고 나와서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 노래만 다양한 게 아니라, 노래 부르는 방법만 다양한 게 아니라, 노래를 들려주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왜 저마다의 자기 방법을 찾지 않을까에 대하여. 늘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가에 대하여. 비슷한 목소리만 선호하는가에 대하여. 나는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소리치고 있는, 한번도 세상에 꺼내본 적 없는 진짜 내 목소리는 무얼까. 만약 내가 무대에 서서 내 ‘섀도’를 내세워 무슨 이야기를 방백처럼 할 수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꼭 알아내고 싶어졌다.

김소연 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1.

도사·목사와 내란 [한승훈 칼럼]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2.

가스 말고, ‘공공풍력’ 하자 [한겨레 프리즘]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3.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4.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책 한권에 수많은 노동이 깃들어 있다 [6411의 목소리] 5.

책 한권에 수많은 노동이 깃들어 있다 [6411의 목소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