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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에코백

등록 2015-10-05 18:44

책축제가 열리는 골목에서 책구경을 했다. 인연이 있는 출판사 부스 앞을 지날 때,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가 사은품으로 제작된 에코백을 선물로 받았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다. 메고 있던 가방을 통째로 새 가방에 넣어 어깨에 멨다. 새 가방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다른 부스들에서 전시된 다른 디자인의 에코백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주말의 대학가를 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인파 대부분이 에코백을 메고 있었다. 남녀 구분도 없었다. 저마다 차려입은 옷차림은 달랐지만 네모난 천가방은 비슷했다. 에코백은 2007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때 그 에코백에는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장바구니 역할이 기원이었다. 원래의 목적은 배제된 채로 계속 이 천가방을 우리는 에코백이라 부르며 널리 사용한다. 에코백을 사용하기 전에 나는, 새 가방을 살 때면 무겁지 않은 것을 고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좋은 재질에 좋은 디자인이길 원하다 보니, 대개 가죽가방을 선호해왔다.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을철은 가죽가방이 제격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죽가방 대신에 천가방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비닐봉투를 대신하던 에코백이 가죽가방을 대신하는 에코백으로 바뀌고 있으니, 우리는 동물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변질인 것 같았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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