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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꿈 얘기

등록 2015-09-21 18:40

꿈 얘기를 하던 친구가 너는 요새 무슨 꿈을 꾸느냐고 물었다. 언젠가부터 꿈이 기억나질 않는다고 나는 대답했다. 기억할 순 없지만 기억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잠들기 위해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는 순간에, 기억나지 않았던 지난밤 꿈이 또렷하게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매일매일 겪는다. 하지만, 그 순간은 새로운 꿈으로 접어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 내가 꿨던 꿈이 이거였지!’ 하며 반가워하는 것과 동시에 잠이 들어버린다. 누군가에게 꿈 얘기를 해줄 수가 없다. 꿈을 기억하는 방식이 겨우 이런 식이다 보니, 나는 베개 너머에 하나의 세계가 도사리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베개를 출입문 삼아서 그 세계로 드나들고 있는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유년 시절의 친구가 등장하는 꿈을 꿨다면, 그 친구를 다음날 잠들 무렵에 다시 만나게 되고, 그럴 땐 친구를 꿈속에 온종일 세워둔 느낌이 든다. 친구는 꿈을 다시 만나는 나를 부러워했고, 나는 꿈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꿈 얘기를 시시콜콜 나누어왔다. 장래희망이든, 망상에 가까운 소원이든, 자면서 꾸는 악몽이든. 나이를 먹고 있지만 꿈은 언제고 새롭다. 아직도 그런 꿈을 꾼다는 것도 새롭고 나이에 걸맞은 꿈을 꾼다는 것도 낯설다. 실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새로워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 경험이 쌓이는데도, 이 나이는 처음 살아보는 것이라서 낯설고 서툴고 새롭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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