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 8마리가 자연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절반인 네 마리는 전북 남원과 완주, 경기도 화성, 충남 안면도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성공 여부는 농약에 중독되지 않고 번식을 하는 1년쯤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다행이다.
우리의 황새 복원에는 일본도 관심이 많다. 3일 황새를 풀어놓는 자리에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나카가이 무네하루 시장이 참여했고, <아사히>와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이 행사를 취재했다. 일본에서 마지막 황새가 도요오카에서 죽은 해도 한국과 같은 1971년이었다. 이후 수십년 동안 인공증식과 서식지 복원 노력 끝에 2005년 황새 5마리를 성공적으로 자연방사했다. 1996년부터 일본 등의 도움을 받아 황새 복원에 나선 한국교원대의 박시룡 교수도 황새복원센터 대표로 일본의 복원 현장을 지켜봤다.
한국과 일본은 황새 복원에 관한 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실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황새에게 한국과 일본의 국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산의 방사를 축하라도 하듯 7일 울산 태화강 하구에는 도요오카에서 지난해 4월 방사한 어린 수컷이 출현했다. 지난해부터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화포천에 나타나 장기간 머물러 도연 스님이 ‘봉순이’란 이름을 붙여준 2년생 암컷도 도요오카 방사 황새 2세이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일본산 황새는 현재 3마리인데, 이번에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 가운데도 겨울 동안 일본에 가는 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황새는 서로 섞이면서 무리를 유지했다. 황새는 북방계 새이다. 최대 번식지인 러시아 아무르·우수리강 유역과 중국 동북부이다. 한반도와 일본의 번식지는 규모가 작지만 주 번식지와 함께 세 곳이 긴밀하게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동아시아 황새 번식집단을 형성했다.
전국에 약 50쌍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던 황새가 치명타를 맞은 것은 한국전쟁 때였다. 눈에 잘 띄고 날개를 펴면 2m에 이르는 큰 새는 쉬운 표적이었다. 둥지를 틀 큰 나무도 사라졌다. 새끼와 알을 훔치는 일이 널리 퍼졌지만 누구도 희귀한 새인지 몰랐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들 때였다지만 멸종될 때까지 공식 조사도 없었다. 전쟁 이후 광범한 농약 사용과 습지 감소가 결정적으로 황새를 내몰았다. 이렇게 남한과 북한에서 1970년대 황새가 사라졌고, 한반도로부터 새로운 황새의 공급이 끊긴 일본에서도 황새의 명맥이 끊어졌다.
이번에 황새 복원을 주도한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의 꿈은 황해도 연백평야에 황새를 복원하는 것이다. 박 교수와 동료 연구원이 쓴 책 <황새, 자연에 날다>를 보면, 연백평야는 과거 한반도 황새의 절반 이상이 번식하던 곳이다. 개성과 해주 사이에 있는 연백평야는 호남, 재령에 이어 한반도에서 세번째로 넓은 평야인데다 비옥한 범람원이어서 생물자원이 풍부하다. 황새는 물고기, 개구리, 우렁이, 곤충뿐 아니라 들쥐와 뱀까지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다. 먹는 양도 많아 어미는 하루에 미꾸리 400g, 왕성하게 자라는 새끼는 1㎏까지 먹어댄다. 황새가 살아가려면 너른 논과 둠벙, 자연하천이 있어 생산성이 높고 생태계가 살아 있어야 한다.
경기도 여주와 이천 등 남한에서 그런 서식지는 거의 다 공장터나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연백평야는 아직 지형 변화가 덜하다. 박 교수는 연백평야에 생태농업단지를 조성해 남한에 유기농식품을 공급하는 제2의 개성공단으로 키울 것을 제안한다. 이곳에 황새를 복원하면 30㎞ 떨어진 비무장지대 습지와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임진강 습지에서 먹이를 먹고, 가을이면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남한에 내려와 겨울을 날 것이다.
일본 도요오카시는 황새를 살리면 마을도 살아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황새가 사는 생태계에서 나는 유기농 쌀뿐 아니라 황새가 행운과 자식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더해진 덕분이다. 이미 ‘황새의 춤’이란 상표의 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있는 예산이 바라는 것도 이것이다.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나아가, 남북 화해와 협력, 동북아 평화와 공존의 씨앗을 황새가 물어올지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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