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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김무성, ‘포털 편향’ 말할 자격 없다

등록 2015-09-09 18:32수정 2015-09-09 22:44

새누리당이 네이버·다음 등 포털을 본격적으로 손볼 모양이다. 이유는 포털 기사가 정부·여당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란다. 네이버 등 포털은 콘텐츠 유통 채널이긴 하지만 여론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언론 구실을 하고 있다. 결국 언론의 기사 방향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꿔놓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새누리당이 문제 삼는 것은 포털의 편향성이다. 네이버 등이 자의적인 뉴스 편집을 통해 정보를 왜곡하고 있어 그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포털의 왜곡된 정보가 청소년 등 미래세대를 호도하니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포털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보고서도 새누리당이 주문해서 나온 것이니, 새누리당 스스로 북 치고 장구 치는 셈이다.

물론 포털의 문제 많다. 언론사들이 애써 취재해 쓴 기사를 유통시키면서 수익은 다 챙겨간다. 정부 눈치를 보면서 기사 선택이나 배치가 편향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나설 일은 아니다.

우선 언론의 편향성 문제부터 돌아보자. 새누리당이 언제부터 언론의 공정성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언론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당사자가 바로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조중동 등 기존 보수신문들이야 원래 권력 지향적이었으니 일단 논외로 치자.

언론의 공정성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든 건, 한나라당이 2009년 7월22일 날치기로 통과시킨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탄생한 4개 종합편성채널(종편)이다. 2011년 12월 개국한 4개 종편은 출발부터 화려했다. 압권은 <티브이(TV)조선>이었다. 당시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의 활짝 웃는 얼굴 아래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큼직한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 출범 뒤 사무실이나 목욕탕 등에 온종일 틀어져 있는 방송 내용을 보라. 새누리당이 언론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려면 자신들이 탄생시킨 종편의 편향성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이른바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도 이에 못지않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들 방송사는 실질적으로 정권의 손아귀에 장악됐다. 제대로 된 기자들은 쫓겨나거나 ‘귀양살이’를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는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엊그제 케이비에스 탐사보도팀은 2013년부터 기획, 취재해 온 ‘훈장을 통해 본 대한민국 70년 역사’ 기사가 계속 보도되지 못하고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시기에 친일행적자에게 훈장을 준 경우가 많다는 ‘민감한 내용’ 때문에 방송이 보류되고 있다는 게 탐사보도팀의 주장이다. 이런 일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보수신문과 종편, 방송을 사실상 장악한 박근혜 정부의 다음 표적이 네이버 등 포털이 될 것임은 예상됐던 일이다. 20~30대의 여론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포털을 자기편으로 돌려놓지 않고는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을 당연히 했을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맞아 그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리라.

권력이 이렇게 대놓고 언론을 손보겠다고 하는 건 민주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마치 자신들이 자유언론의 투사라도 되는 양 포털의 편향성을 바로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것도 ‘포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동안 권력이 얼마나 손쉽게 언론을 주물러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주류 지배층을 형성해온 보수정권은 늘 언론을 통제하고 조작해 권력 보호막으로 이용하려 했다. 보수정권은 자기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론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대부분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인이 해고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울분을 삼켜야 했고, 그런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석구 편집인
정석구 편집인
언론이 권력에 종속되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질식한다. 다양한 여론은 통제되고 권력의 일방적인 주장만 관철되는 사회는 독재국가다. 지금 새누리당은 언론을 완벽하게 장악해 그런 사회를 만들려 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암울할 뿐이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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