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격리된 지 7년째이다. 지난겨울에는 굴뚝농성이 있었고, 이제 김득중 지부장의 단식투쟁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트위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회사 안 동료가 퇴근길에 회사 밖 동료 김득중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있는 뒷모습이었다.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김득중씨 앞에 놓인 앉은뱅이책상도 눈길이 갔다. 옛날 선비들이 글공부를 했던 책상과 닮아 있었다. 그 책상 위에 펼쳐둔 책도 눈길이 갔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이따금 응원하러 다가오는 사람과 악수도 하고 대화도 하며 하루를 보낼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기업의 교묘하고도 기만적인 술책 앞에서 모욕감과 굴욕감이 더해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요즘 가지고 다니는 책 <사람, 장소, 환대>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지은이 김현경은 이 책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만일 어떤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아무 때나 주권자의 명령만으로 벌거벗은 생명의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사회가 아니며, 구성원들은 사람이 아니다.” 사회가 아닌 장소에서, 사람이 아닌 사람을 상대하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단식에 돌입한다고 김득중씨는 선언했다. 그러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쳤다. 더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손을 잡으러 다가갔으면 좋겠다. 악수하고 인사 나누느라 그가 책 읽을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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