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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록 2015-07-29 18:22

쿠데타로 대통령에 오른 뒤 30여년 동안 콩고를 장악하며 국호까지 ‘자이르’로 바꿨던 모부투는 부정축재로도 악명 높다. 모부투가 권좌에서 축출된 뒤 스위스의 국회의원 장 지글러는 스위스의 은행 관리가 모부투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모부투가 대통령일 때 이미 그의 재산을 몰수해 독재가 종식되면 콩고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던 그였다.

지글러는 스위스 정부의 추천을 받아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빈곤과 기아 문제를 전공한 사회학자이기도 한 그는 빈곤과 사회구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엄밀하지만 결코 인도적인 관점을 잃지 않는 글로 주목을 받아왔다. 조사관으로서 그는 현장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에티오피아,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칠레, 북한 등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엔 그가 있었다.

빈곤과 기아의 문제에는 구미의 강력한 정부와 국제 자본이 개입되어 있기에 일개 조사관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벅찼다. 그러나 그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을뿐더러 그 정황을 강의와 책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힘을 다했다. “굶주림으로 죽은 아이는 살해된 아이”라는 그의 말은 빈민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애호하는 구호가 되었다.

국내에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필두로 여러 책이 번역으로 소개되었고, 이 책은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기 바란다. 왜냐하면 이 책은 빈곤과 기아의 문제를 방치하다 못해 조장하는 여러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낯부끄러운 결탁을 드러내며, 그에 대처해야 할 개인들의 자세까지 가다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개인적으로도 특히 고마운 책이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망연자실 바라보다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준 데 더해, 칼럼을 쓰기 위한 수많은 이야깃거리까지 얻게 했으니 말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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