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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떠돌이 배우

등록 2015-07-22 18:45

이탈리아 축구 대표 팀은 하늘색을 뜻하는 ‘아주리’ 군단이라 불린다. 정교한 팀워크를 요구하는 카드 게임인 브리지 이탈리아 대표 팀의 이름도 ‘아주리’ 소대이다. 그들은 세계 선수권대회를 번번이 석권할 만큼 탁월했는데, 오마 샤리프는 그들 실력에 버금갔다. 그런데 아주리 소대는 그와 게임을 할 때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거의 귀부인들로 이루어진 관중이 일방적으로 샤리프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영어권의 첫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비중 높은 조역을 맡을 때 그를 기용하는 데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현지 출신을 써야 한다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고집에 부응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고, 린은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그는 아랍어 외에도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어떤 영화에서도 떠도는 외국인의 배역을 충실히 소화했다.

실제 삶에서도 그는 떠돌이였다. 레바논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이주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카이로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다. 런던의 극예술 아카데미에서 연기 수업을 받은 뒤 이집트의 영화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그는 당시 인기 절정의 여배우 파텐 하마마와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당시 이집트 정부의 까다로운 출입국 조건에 반발한 그는 유럽과 미국에 머무르기를 택했고, 그 결과는 별거와 이혼으로 이어졌다.

<화니 걸>을 촬영하며 여주인공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사랑에 빠진 일은 삶의 자극제가 되었을지언정 유랑의 처지를 강화시켰을 뿐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 ‘6일 전쟁’이 벌어졌던 당시 이스라엘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스트라이샌드의 새로운 연인에 이집트의 정부와 국민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할리우드의 생활이 그에게 명성과 부를 가져다준 것은 확실하지만 밀려드는 고독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전 작고한 그의 영혼이 고향 땅을 밟았기를.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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