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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

등록 2015-07-08 18:25

르네상스는 찬란한 예술가와 문학자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역사의 위대한 시대다. 그런데 정말로 이탈리아의 그 뛰어나다는 천재들이 르네상스를 만들었을까? 그들이 학예와 지식의 생산과 전파에 실제로 관여했을까? 이런 문제에 천착하면 필히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있으니, 베네치아 출판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알도 마누치오가 바로 그이다.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의 독일에서 인쇄술이 처음 발명되었다 할지라도 정작 책과 출판 산업이 꽃피운 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다. 대규모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책을 출판하면서 유럽의 문화를 선도했다. 마누치오는 그곳의 출판계에서도 거의 신과 다름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리스 문화에 탐닉하면서 그리스 고전을 출판하고, 그리스를 연구하는 학회도 만들었다. 점차 라틴어 필사본도 인쇄하여 지식인들에게 퍼뜨렸다. 이탤릭체라는 서체는 물론, 세미콜론과 아포스트로피와 같은 구두점도 만들었다. 오늘날 문고본의 효시인 포켓북도 만들었다. 그런 시도의 목적은 더 많은 책을 더 저렴하게 사람들에게 제공하려는 것이었다. 이탤릭체와 구두점을 사용하면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작은 판형으로 책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라스뮈스, 피코 등의 학자는 물론 이사벨라 데스테, 교황 레오 10세와 같은 정치인들까지 이런 마누치오에게 다가가 책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하곤 했다. 그의 면모를 알수록 그가 없이 르네상스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베네치아 출신으로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가 쓴 <책공장 베네치아>는 유럽 출판 중심지로서 베네치아의 면모를 세밀하고 흥미롭게 그리면서, 좋은 책은 그것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탄생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깨우쳐준다. 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박해가는 시기에 독서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자는 뜻에서도 얼마 전 출간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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