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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온천의 차별

등록 2015-06-24 18:46수정 2015-06-24 18:46

온천에도 역사가 있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천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만, 인간이 개입하면서 온천의 역사에도 차별과 배척이 껴들었으니 인간은 자연에 반성에 반성을 더해야 하는 존재다.

유럽의 중세에 사람들은 성지로 순례를 떠났다. 순례는 참회와 기복의 행위였지만, 동시에 은밀한 성적 모험을 위한 기회였다. 순례의 장소에 온천이 빠짐없이 꼽혔던 이유다. 종교개혁으로 순례가 금지되었다. 그러자 온천의 의미가 노골적으로 바뀌며 온천장이 세워졌다. 게다가 온천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질병 치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물의 사용 범위도 확대되었다.

물의 효용이 높아지자 그것을 상품화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의사, 약제사 등 의료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온천수를 이용한 치료법을 폭넓게 보급시켰다. 그 결과 온천장은 첨단의 의료 기관이자 레저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물에 사용료가 붙었고, 온천과 수치료법에 관련된 여러 직업이 생겼다. 광천수 판매가 이루어졌고, 쾌적한 욕탕과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온천장 자체가 새로운 휴양지로 변모했다.

온천장이 고급 휴양지가 되면서 빈곤층이 쫓겨났다. 전통적으로 온천장은 성지였기 때문에 병을 고치려던 빈민의 방문이 잦았는데, 상업화의 물결에 편승해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려던 온천장 주민들이 그들을 ‘무임승차자’라고 배척한 것이다. 빈자 전용의 목욕탕을 만들어 공간적으로 분리시켰고, 그 배척의 과정에는 의사들마저 참여했다. 그들에게 빈민은 온천욕이 필요 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윤 앞에는 인술도 무용지물인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맥락은 다를지언정 이곳에서도 의술을 이윤 추구의 관점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팽배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에 가장 큰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마저 차별하는 그런 구조가 메르스 같은 괴물의 최적 서식 환경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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