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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후폭풍 / 박순빈

등록 2015-06-21 18:58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불안과 불신의 악순환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무능과 부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월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와 해명 대신 훈시와 질타만 하는 태도에다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다. 오죽하면 ‘아, 모르겠다’는 뜻의 누리꾼 용어를 딴 ‘아몰랑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겠나.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경제적 후폭풍이 만만찮을 듯하다. 내수 경기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수출은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8%로 대폭 낮춰 발표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2%대 성장률 전망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 2%대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에서 2013년 2.9%, 지난해 3.3%로 완만하게나마 상승 흐름을 타왔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3%대 미만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성장 잠재력마저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4%대 잠재성장률 달성도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물론 경제 전망은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다. 이번주 안에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초반으로 낮춘 수정경제전망과 함께 대대적 경기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경제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우선 메르스 사태의 악영향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충분한 수준의 경기 보강 대책’으로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별로 미덥지 못하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별로 없다. 만성적인 세수 결손으로 재정의 경기 대응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증세 등 추가적인 재정 보강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회복은 헛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소비의 경우 소득 불평등 심화에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로 당분간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내수경기의 다른 한 축인 기업의 설비투자 또한 전망이 어둡다. 한국은행이 달마다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를 보면, 기업들은 투자 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가장 많이 꼽는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경제학계의 ‘닥터 둠’(비관적 예측론자)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위험’과 ‘불확실성’의 차이를 러시안룰렛 게임에 빗대어 설명한다. 6연발 권총에 총알을 한 발 장전하면 총에 맞을 확률은 16.7%다. 이처럼 사건 발생의 확률 분포를 알 수 있는 경우는 위험이다. 반면에 상태를 알 수 없는 권총에 몇 발이 장전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불확실성이다. 그래서 경제에는 불확실성이 더 나쁘고 경제 주체들을 더 두렵게 한다는 게 루비니 교수의 설명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하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가 딱 그런 상황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할 정부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아몰랑 바이러스’에 감염된 탓인가?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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