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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예의바른 거절

등록 2015-06-17 18:37수정 2015-06-17 18:37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 그의 의견을 타진하는 역할을 맡아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연신 “좋지” 하고 말했다. “근데” 하고 세세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지적해주었다. 그를 만난 내용을 모임에 전달했다. 분명하게 말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호의적이었으므로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친구가 조심스레 의견을 말했다.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건 거절의 의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아주 흔쾌하고 단순하게 반기지 않았겠느냐며, 예의바른 거절일 때에 주로 그런 어법을 쓴다며, 우리도 자주 그러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는 그가 모임에 함께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잠시 뒤로 미루고, 자주 사용하는 거절법에 대해 경험담을 나누었다. 거절이라는 의사표현은 왜 무례함이 되어야 하는지, 예의바른 거절이 빚는 혼선은 누구의 몫인지, 그로 인해 겪은 각자의 피로감은 어찌해야 하는지. 그러다 광고성 전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각자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제가 지금 외국에 있어요. 이거 지금 국제전화예요.” 나는 주로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 저쪽에서 이내 전화를 툭 끊어버린다고. 아주 효력이 좋다고. 그 어떤 설득보다 비용을 내세운 설득이 그런 전화엔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본론으로 돌아와, 우리는 그가 거절을 한 것으로 결론을 냈지만, 그의 속내가 그것이 아니어서 이 결론에 서운함을 느끼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말끔히 가시지는 않았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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