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가 갖고 싶다는 지나가는 내 말에, 음악 하는 친구가 집에 남는 기타가 있다며 선물로 주었다. 뮤지션처럼 기타를 짊어지고 집에 돌아왔다. 지퍼를 열었다. 조심스레 기타를 꺼내어 안아보았다. 쿠션을 안듯 꼭 안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노래가 부르고 싶었지만, 생각나는 노래가 없었다. 부를 줄 아는 노래를 기타로 뚱땅뚱땅 칠 수 있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가만가만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신나게 나갔다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앉아 있는 아가씨처럼, 오도카니 앉아만 있었다. 두어 시간 정도가 흘렀다. 기타를 다시 가방에 넣어두고도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냥 안고서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알고 있던 쉬운 코드 몇 가지를 짚고서 노래를 지어내 부르게 되었다. 즉흥 자작곡이 흘러나오는 내 입술도, 즉흥 자작곡에 즉흥 연주를 맞추고 있는 어설픈 내 손가락도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가사도 살짝 바꾸고 없던 후렴구도 보탰다. 노래 제목도 만들었다. 제목마저 갖추고 나니 마냥 뿌듯해졌다. 내가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지했다. 계속계속 반복해서 불렀다. 할 줄은 모르지만, 정말 하고 싶은 간절한 순간에, 그 마음 그대로 오래오래 앉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할 줄 아는 기적의 순간이 온다는 걸, 옛날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시를 쓰는 일도 그렇게 시작을 했더랬다. 정말 쓰고 싶어 빈 종이 앞에 밤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었다.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