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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똑똑한 단순함

등록 2015-05-18 19:29수정 2015-05-18 21:23

이번 제주도 여행엔 야영을 하려고 텐트를 샀다. 아는 바가 없어서 이른바 ‘원터치텐트’라는 것을 샀다. 가방에서 꺼내어 던지면 그대로 펼쳐진다는 제품이었다. 중소기업의 제품이지만, 방수가 되고 방충망이 있고 양쪽에 개폐장치가 있어서 맞바람으로 환기도 할 수 있어서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 텐트가 설치는 쉬운 반면 다시 접어 가방에 넣는 일이 조금 까다로웠다. 복사용지 크기의 설명서는 그림으로써 한 단계씩 요령을 안내하고 있었다. 설명서를 따라 여러 번 연습을 거듭하고서야 제대로 접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몇 달이고 창고에 넣어둔 채 사용을 안 하게 된다면 또 요령을 잊어버리게 될 게 뻔했다. 설명서를 잃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텐트만큼이나 텐트를 수납하는 가방만큼이나 설명서가 중요했다. 잃어버리면 어쩐담 하는 순간에 발견을 하게 되었다. 가방의 안쪽에 설명서가 박음질로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설명서를 잃어버릴 일은 없도록, 나처럼 어설픈 사람이 매번 설명서에 의존해서 텐트를 접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설명서 맨 아래쪽에는 이런 친절한 문구가 있었다. “이 설명서는 방수천 위에 특수 인쇄로 제작된 것이니 잦은 빨래에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오래 쓰고 누군가에게 물려줄지라도, 접는 비법을 몸소 전수하지 않아도 된다. 방에 놓인 텐트 속에 누워 팔베개를 하고 빙그레 웃는다. 이 단순하고 당연한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을 상상해본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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