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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침몰과 의혹

등록 2015-05-13 18:30수정 2015-05-13 18:30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북대서양 항로에선 여러 나라의 선박회사들이 경쟁했다.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호화로운 배를 건조하고 홍보했다. 타이타닉호가 나오기까지 가장 크고 빠르고 호화롭다는 영예를 안은 것은 영국의 루시타니아호였다. 그런데 이 배는 1차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의 어뢰에 맞고 침몰해 1198명이 사망했다.

민간 여객선에 포격을 가한 독일 해군이 국제법을 어겼다는 비난이 비등한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당시 독일은 북대서양 여객선 사업에서도 영국의 최대 경쟁국이었다. 그러나 독일도 할 말이 있었다. 영국도 여객선에 관한 국제법을 여러 차례 어긴 선례가 있었고, 루시타니아호에 상당량의 무기가 적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배를 해군 함정으로 간주할 근거가 있었으며, 미국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는 이 배에 미국인이 승선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광고를 여러 신문에 게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승선한 미국인 128명이 사망했고, 미국에서는 반독 감정이 크게 일어났다. 유럽 여러 나라 출신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개입하지 않아왔다. 선조의 나라와의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배려였다. 그런데 독일이 멕시코를 부추겨 미국과 전쟁을 벌이도록 획책하고 있다는 전보까지 발각됨으로써 증폭된 반독 감정 때문에 결국 미국은 1차대전의 막바지에 참전을 결정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루시타니아의 침몰에는 여러 음모설이 따른다. 독일 잠수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영국 정부에서는 안전한 항로로 유도하지 않았으며, 근처에 구축함이 있었음에도 호위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루시타니아가 이 부근에서 속도를 줄였다는 것이다. 실상 영국 정부는 아직도 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진상을 밝히지 않는 한 의혹은 정당하다.

올해 5월에는 루시타니아 침몰 100주년을 추도하는 항해가 있을 예정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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