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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핵심은 박근혜 대선자금이다

등록 2015-05-06 19:20수정 2015-05-07 10:5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융자금 사기대출과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융자금 사기대출과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가 내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발족한 지 거의 한달 만이다. 수사 속도가 느린 것 같아 답답하지만 일단 검찰 수사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홍 지사의 사법처리 여부가 앞으로의 수사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홍 지사가 왜 첫번째로 꼽혔을까. 돈 전달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는 등 혐의를 입증하기가 쉬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홍 지사는 학교 무상급식 철회로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정부여당에 부담을 안겨주었다. 검찰로서는 박근혜 정권의 골칫덩이가 된 홍 지사를 사법처리하는 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홍 지사가 “이번에는 (바둑판의)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같은 논리로 보면, 두번째 대상은 이완구 전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마저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미 버린 카드인 셈이다. 검찰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울 수밖에 없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겠지만 일단 두 사람에 대한 수사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검찰이 2차로 넘어야 할 관문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이다. 만만치 않다. 성 회장의 메모나 녹취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수사 과정에서는 외부의 입김도 들어올 것이다. 검찰이 대선배인 김기춘 전 실장의 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성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10만달러를 주었다는 진술이 있어 검찰이 의지만 보인다면 사법처리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이병기 현직 비서실장은 더 높은 장벽이다. 이 실장은 국회 답변에서 “박 대통령이 ‘(리스트에) 이름이 났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셨고 ‘전혀 금전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믿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결백을 보증했다고 밝힌 셈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특유의 어조로 “이 실장은 돈 받은 적 없다고 하던데요!”라고 한마디라도 하면 검찰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수사 지침을 내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3관문은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이다. 성 회장은 쪽지에 ‘부산시장 2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이라고 구체적 액수까지 적어놓았다. 이들은 2012년 박근혜 선거운동본부의 당무조정본부장, 조직총괄본부장, 직능총괄본부장을 각각 맡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선거개입이 확인된 마당에 이들에게 불법 자금이 흘러들어간 게 확인되면 박 대통령은 불법으로 얼룩진 선거를 통해 당선된 ‘불법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으로서의 정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이 대목에 대한 수사가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모두 겉으로는 철저 수사를 통한 정치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책임져야 할 사건 당사자들이 마치 남의 일인 양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영리한 검찰이 모를 리도 없다. 검찰이 이에 기대어 1관문만 넘은 채 유죄 입증이 어렵다는 교묘한 법리를 들이대며 2관문 언저리에서 머뭇거리거나 칼날을 야당 쪽으로 돌린다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정석구 편집인
정석구 편집인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은 이번 수사를 하면서 그동안 검사로서 가져왔던 양심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말이 빈말이 안 되려면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인 박 대통령 대선자금까지 파헤쳐 드러내야 한다. 문 팀장으로서는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건 어차피 검사로서는 마지막 수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가 즐겨 쓰는 말대로 ‘명징하게’(깨끗하고 맑게)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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