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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사회적경제법, 마지막 오르막길 / 이현숙

등록 2015-04-12 19:20

1년 전 이맘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에서였다. 매달 한 번씩 초대손님을 모셔 사회적 경제 분야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다. 그달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유 대표는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공부가 덜 됐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날 오간 이야기에서 참석자들은 그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진정성에 내심 놀랐다. 위원장을 맡은 뒤 짧은 기간에 지역구인 대구의 사회적 경제 참여자와 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도 챙겨 들었다. 게다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차곡차곡 준비를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100% 확신했다.

최근 유 원내대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확신을 다시 한번 밝혔다. 지난 수요일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끝자락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연설에서 “사회적 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며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해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연설을 하기 열흘 전엔 주례회동에서 만난 야당 원내대표에게 이 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제안해 합의까지 이뤄냈다.

여당 원내대표의 의지가 강하니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무리 없이 처리될 거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법 제정을 둘러싼 당 안팎 사정을 보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당내에 여전히 사회적 경제가 ‘진보 의제’라며 불편한 기류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의원들도 제정을 앞두고 협조에서 견제로 돌아서기도 했단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걸로도 비춰진다.

법 제정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국투자공사 사장 거취 문제로 기재위 자체가 공전을 하고 있다. 또 정부와 여당의 중점처리법안 가운데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한 야당의 강한 반발이 불똥으로 튈 수 있어 보인다. 정부의 태도 역시 미온적이다. 법안 내용과 관련된 부처 간 조율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보수진영의 압박도 만만찮다. 전경련의 자매기관인 자유경제원은 최근 잇따라 이 법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사회적 경제의 습격, 시장경제가 위험하다’는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연이어 지난 10일 자유경제원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들과 공동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 근간을 흩트린다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공부모임에서 유승민 대표는 사회적 경제의 본질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주식회사와 혈액형이 다른 경제조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사회적 경제는 진영 논리를 넘어선 상생의 경제를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그늘과 틈새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여야 의원들은 지난 1년간 사회적경제기본법 마련을 위해서는 한목소리로 보조를 맞춰왔다. 이제 제정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오르막길이 남아 있다. 법안 발의에 서명한 142명의 의원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사회적 실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이번 국회에서 꼭 제정되길 기대한다. hslee@hani.co.kr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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