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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실험물리학자의 지혜

등록 2015-04-01 19:33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는 독일 최초로 실험물리학을 전담하는 교수직을 맡았던 과학자였다. 목사 슬하의 열일곱 자녀 중 막내였던 그는 척추의 문제로 꼽추가 되어 18세기 기준으로도 기형으로 보일 정도로 키가 작았고, 그로 인한 신체적 고통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져 말년에는 호흡에 장애를 받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어렸을 적부터 비범한 학문적 재질뿐 아니라 뛰어난 유머 감각까지 보였다.

강의실에 도구를 사용한 실험을 선보인 선구자였던 그는 지름 2m의 전기쟁반을 만들어 정전기를 저장했고, 그것을 토대로 전자복사기의 기본적 원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유럽 전역에 그의 명성이 널리 퍼져 그는 괴테와 칸트를 포함한 많은 유명인사와 교분을 맺었다. 수학자 가우스도 그의 수업을 청강할 정도였다. 그는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초청을 받아 영국에 장기간 머무르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알레산드로 볼타가 그의 전기 실험을 보려고 괴팅겐 대학을 방문했었다.

오늘날 리히텐베르크는 물리학자로서뿐 아니라 삶의 지침으로 삼을 금언을 남긴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것은 영어로는 ‘스크랩북’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일종의 메모장에 남겼던 생각의 조각들인데, 그는 스물세살 때 쓰기 시작하여 쉰일곱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쓰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 일기처럼 그는 그곳에 일상적인 짧고 긴 생각들이나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적었다. 그뿐 아니라 물리학에서 비판적, 분석적 사고방식이나 실험에 의한 증거가 필요한 이유도 강조하고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암흑시대’가 우리 시대를 포함한다고 생각하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그의 금언이 있다. 여전히 고루한 틀에 갇혀있는 당대의 독일 학계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이미 ‘암흑시대’에 들어선 것 같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실험적 증거조차 정략적 이해관계로 무시하는 권력자들과 그들을 묵인하는 방관자들을 보며 든 아픈 마음일까?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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