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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대학의 이념

등록 2015-03-25 19:05

카를 야스퍼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실존철학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는 그 명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분석의 수련을 받은 개업의였다가 철학의 길로 들어선 그의 영향은 철학, 신학, 심리학 등에 강력히 남아, 실존철학자라는 단순한 칭호는 그에게 합당하지 않다.

야스퍼스는 아내가 유대인이었다는 이유로 나치의 박해를 받아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직을 물러나게 되었고, 저작의 출판도 금지되었다. 그의 곁을 지킨 친지의 도움으로 연구는 계속할 수 있었지만, 부부를 집단수용소로 보내겠다는 나치의 위협은 연합군이 하이델베르크를 탈환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후 바젤대학교에서 학문 활동으로 존경을 쌓아가던 그는 아내의 90살 생일날 사망했다.

그의 초기 저작 <대학의 이념>은 학문의 파편화와 대학의 상업화가 만연한 오늘날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에, 그 기본적인 주장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야스퍼스에게 대학은 공교육이 펼쳐지는 곳이다. 모두가 동일한 교육을 받아야 모든 사람들이 동등해지는 것이기에 민주주의에서는 공교육이 필요하다.

대학교는 전문적인 학교이자, 문화의 중심지이자 연구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전문적인 수련과 전인 교육과 연구라는 세 가지 목표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엔 대학마다 이 세 가지 목표를 분리하여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야스퍼스에게 이 세 가지는 분리될 수 없다. 그 셋을 분리하면 대학의 정신이 소멸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어떤 지식을 대학이라는 틀 속에서 가르치게 될 때, 그때 그 지식은 종결성을 갖는다. 그것은 곧 진부한 지식이 되어버리고,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버린다. 단지 그 틀 속에서 잘 가르치는 사람만이 유능한 선생이라는 착각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탁월한 학자라면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참된 선생은 학생과 함께 더 큰 지식과 진리를 위해 탐구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그 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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